GIST, 유기 태양전지 수명 50배 긴 1000시간 이상 늘리는 기술 개발…상용화 기여 기대

자기조립 물질(M-BT) 도입에 따른 효율 및 안정성 변화.
자기조립 물질(M-BT) 도입에 따른 효율 및 안정성 변화.

국내 연구진이 고온에서 유기 태양전지 성능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명을 기존보다 50배 긴 1000시간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대면적 프린팅 공정에도 적용 가능해 유기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광희 신소재공학부·김희주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팀이 공동으로 스스로 얇은 보호층을 형성하는 단분자를 활용해 추가적인 코팅 공정없이 유기 태양전지의 긴 수명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유기 태양전지는 유기물 반도체를 광활성 층으로 활용해 유연하고 색상 조절이 가능하다. 투명한 특성으로 자동차 유리 및 건물 창문에도 적용하는 등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는 열에 의해 유기물 분자들이 움직여 전하 수송에 좋지 못한 형태로 변형되고 고온에서 성능이 감소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물의 화학적 구조를 바꿔 열에 의한 움직임을 억제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유기 태양전지에 전자수송 층으로 널리 사용하는 산화아연은 그 표면에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있는 성분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 고온 환경에서 산화아연과 광활성 층의 계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열화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GIST 연구팀은 오비트랩과 비행시간차 혼성 이차이온 질량분석기를 통해 단분자 유기물 반도체가 산화아연 표면에 존재하는 불순물과 반응할 때 손상되는 현상과 단분자 유기물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그 손상이 더 많이 발생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 극성과 휘발성을 갖는 단분자 유기물인 5-메틸-1H-벤조트리아졸(M-BT)을 광활성 층 용액에 혼합해 광활성 층 코팅 시 산화아연 표면에 단분자 유기물이 자기조립돼 표면 불순물 제거 및 보호층을 형성하도록 했다.

왼쪽부터 GIST 이광희 교수, 김희주 교수, 이산성 박사과정생.
왼쪽부터 GIST 이광희 교수, 김희주 교수, 이산성 박사과정생.

서로 다른 유동성을 가지는 세 종류의 단분자 유기물 반도체 가운데 유동성이 큰 단분자를 사용한 유기 태양전지일수록 수명이 향상된 정도가 가장 컸으며 태양전지의 초기 효율의 15%가 감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20시간(M-BT 미포함)에서 1000시간 이상으로 약 50배 늘어나 수명이 대폭 향상됨을 확인했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활성 층의 형태학적 안정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존 열 안정성 연구들의 흐름에서 벗어났다”며 “간단히 하나의 단분자를 광활성 층 용액에 첨가하는 것만으로 전자수송 층의 표면을 안정화해 태양전지의 열적 안정성을 크게 향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지도하고 이산성 박사과정생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사업,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및 GIST 연구원(GRI)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분야 상위 약 4% 저널인 '미국화학회(ACS) 에너지 레터스'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