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가운데 석유화학 및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는 석유화학 업계는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고, 정유업계는 모처럼 맞은 호황이 꺼질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국제 3대 원유 거래소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거래소 두바이유 거래가는 배럴당 90.58달러,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60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87.54로 연중 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상승 전망이 뒤따른다. 100달러 돌파 전망까지 고개를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움직임이 유가 강세 위험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브렌트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선 원료비 부담 증가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 기업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나프타 가격은 2분기 배럴당 5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들어 70달러를 넘어섰다. 나프타 가격이 상승, 강보합세를 보이는 반면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8월 마지막주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70달러를 안팎이다. 보통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 상황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들면 손해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나프타 가격 추가 상승 여력까지 생기면서 석화업계의 수익성 전망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단기간 급등하고 있지만 지속 여부에 대해선 다양한 전망이 따르고 있다”면서 “수요 회복 여부가 관건으로 유가만 상승하고 수요가 반등하지 않으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유업계도 국제유가 추이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보유한 원유 재고 가격도 상승해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국제유가 상승이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수요 감소, 정제 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호재는 아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국제유가 상승시기에 정유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면서 “경기와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가 급등은 정제마진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정유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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