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의 성공은 시간과 경험의 축적에 달린 문제입니다. 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이미 검증된 것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도전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끝은 결국 성공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홍승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초과학 연구 조직을 이끄는 이다.
중이온을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키고 충돌시켜 새로운 동위원소를 찾는 '꿈의 실험장치' 라온 구축이 그 임무다. 그 시작부터 홍 소장이 함께했다. 개념설계를 책임진 것도 그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 소장으로 취임, 라온 구축과 시운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말에는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축(1단계 사업) 성공을 알리기도 했다.
홍 소장은 “이제 2단계(고에너지 가속장치 구축) 사업을 위한 선행 연구개발(R&D)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기자에게 전했다. 개발 완성 목표는 2025년이다.
홍 소장은 그 과정이 '예술의 영역'에 있다고 했다. 그는 “영하 271도의 초전도 가속관에 미터(m)당 800만 볼트(V) 전기장이 형성되는데, 설계나 제작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으면 가속관이 제 성능을 못 내는 초정밀 장치”라며 “가속관 설계와 제작, 후처리, 성능시험 등 모든 과정의 아귀가 딱 들어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숱한 노력과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홍 소장은 그 끝은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실 라온 구축 과정에 여러 부침과 지연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그 성공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홍 소장은 “2단계 사업을 통한 두 가지 희귀동위원소 발생 방식(ISOL·IF) 결합은 전세계에서 아무도 안 해본 것으로, 도전적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안 될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라온의 성공을 의심하는 항간의 우려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홍 소장은 “라온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검증된 것인데, 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며 “부족한 경험을 연구개발(R&D)로 극복하고 있고, 각 단계마다 라온이 성취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이 분야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저에너지구간 빔 인출 성공으로, 이런 성공의 가능성을 재입증하기도 했다고 피력했다.
홍 소장은 “124개 가속관에서 각기 고주파 공명이 일어나고 가속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한 순간은 인생에서 더한 순간을 찾기 어려운 감격스런 순간이었다”며 “그리고 앞으로 과정도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다시금 안겨준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그러면서 라온이 2단계 사업을 거쳐 본궤도에 오르면 대한민국이 중이온가속기 분야의 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기초과학영역에서는 “희귀동위원소를 연구함으로써, 우주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근원적인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라며 “그 성과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위상을 드높이는 핵심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산업적인 여파도 크다고 했다. 예로 든 것이 거대 입자가속기를 운용하며 '힉스입자' 등을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다.
홍 소장은 “많은 선진국들이 CERN에 직접 연구비를 투자하는데, 이는 기초과학이 곧 산업기술 발전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기초과학은 산업기술을 고양시키고, 산업기술 발전은 다시 기초과학 장치 구축을 가능케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온 구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국내 업체는 수백 곳이 넘고, 고난이도 핵심 장비를 제작한 기업이 수십 곳으로, 국내 산업기술 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홍 소장은 향후 라온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반의 토양을 고양시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하고, 나아가 라온이 인력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우리도 세계적인 과학기술 구현에 도전하는구나' '이런 세계적인 인프라가 있구나'하는 자부심을 라온을 통해 얻기 바란다”며 “사람들이 CERN에 발을 들이며 그 세계적인 위상에 두근거림을 느끼듯이, 우리 학생들도 라온을 견학하거나, 인턴이나 포닥 생활을 하면서 가슴 뛰는 열정을 느끼고 장래에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