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이크로소프트(MS) AFE 연구소는 바다표범, 북극곰 등 멸종위기에 처한 극지 동물의 개체수 변화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AI의 이미지 딥러닝(Deep Learing)을 통해 특정 동물을 찾아내고, 수중 음파 탐지로 수중 생물의 개체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 기술로 동물을 판별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이는 자연환경 분야에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대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대부분 격오지에 위치해 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이 더욱 절실한 곳이다. 그간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다양한 분야에 도입해 왔다. 방대한 자연자원 조사자료, 탐방객 수, 샛길 이용빈도와 같이 과거부터 축적해 온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책 수립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보유 데이터 개방을 통해 민간 기업과의 활용 방안 모색과 프로젝트 협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발맞춰 빅데이터, 로봇 등을 공원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으로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교란과 피해를 초래하는 야생동물 질병이다. 이에 공단은 ASF 발생 위치정보와 환경변수의 연관성을 AI로 분석해 신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 폐사체 수색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멧돼지간 접촉에 의한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현여부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포획장치를 작동시키는 IoT 포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은 험난한 국립공원의 지형적 한계를 극복해 야생동물 질병관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학적 공원관리를 위해 민간 기업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협력 기업인 포스코DX와 야생동물 로드킬 모니터링 및 예방 체계를 8월에 구축,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 중이다. AI 솔루션 기술을 통한 동물 데이터 학습, 동물 움직임을 탐지하는 라이다 센서, 야생동물 출현 알림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야생동물 자동판별 시스템 등 신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야생동물 로드킬 및 교통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자원 보전분야 이외에 탐방안내 분야에도 여러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 위치정보 기반 모바일앱의 이용 빅데이터 자료를 확보·분석해 국립공원 샛길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이용 밀집도에 따라 이용객 수를 조절하는 정책을 펴거나 적정 탐방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또한 ICT를 활용한 GPS기반 지오캐싱 프로그램이나 AI챗봇 서비스를 통해 자연환경해설사 동행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국립공원 자연해설을 들을 수 있어, 국립공원 탐방에 재미와 편의를 더하고 있다. 아울러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협약을 통해 지능형 탐방안내 로봇을 도입해 장애인을 위한 수어해설과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 서비스가 올해 10월부터 제공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공원시설 및 탐방객 안전관리분야에서 공원시설 조성 시 지능형 CCTV, 모바일 웹 기반 안전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장 내에서 작업자의 위험구역 움직임, 안전장비 착용 여부 등 위험요소를 분석·감지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드론과 3차원(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낙석 발생위험 지역의 변화상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 위험요소가 감지된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낙석방호시설을 설치하거나 탐방로를 우회시키고 있다.
국가의 발전과 성장속에 대한민국의 현 주소는 IT인프라 강국, 세계최초 5세대(5G)기술 상용화는 물론 K-팝(POP), 한류 등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많은 국가들이 한국형 국립공원 관리 기법을 벤치마킹하고 있고, 현재 공단은 디지털 뉴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ICT 공원관리 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혁신의 상징인 세계적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있으면 시도해야한다. 그게 실패의 가능성이 있더라도..”라는 말로 많은 이들에게 도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히 자율주행 자동차, 화성탐사 등 거창하고 위대한 사업에 국한한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국립공원공단은 과거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공원관리를 쫓아가던 예전의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선진국들이 벤치마킹을 하고자하는 '선도자'로 거듭났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속에서 국립공원 관리 방식도 중대한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단은 자연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지혜와 기술이 요구되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끊임 없이 이어 나갈 것이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필자〉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기술고시(27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다. 울산광역시 환경협력관과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장, 환경보건정책관, 수도권대기환경청장, 물환경정책국장, 대변인, 자연환경정책실장 등 환경 분야 핵심 업무를 맡아왔으며, 2021년 제15대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흡수원 확대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을 추진했고, 난제였던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문제를 해결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