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한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이하 빅스포)도 개최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빅스포는 한전이 개최하는 국내 대표 에너지 전시회로 한전은 이 전시회에서 미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강도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기 위해 한전이 대표 전시회마저 취소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혁신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당초 올해 11월 1일부터 사흘간 열 예정이었던 '빅스포 2023' 개최를 취소했다. 대신 내년 5월 29일 '빅스포 2024'를 열 계획이다. 올해 행사는 취소하되 내년 행사는 상반기로 앞당겨 개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새 사장이 취임하면 다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빅스포는 한전이 주최하는 대표 행사다. 국내 에너지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에너지 혁신기업과 기술을 발굴해왔다. 2015년 첫 전시회 이후 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에도 온라인으로 전시회를 개최했었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해 행사 취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구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당시 기존 20조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에 5조6000억원을 더해 약 25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번 개최할 때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빅스포조차 개최하지 않고 재정을 줄여야 할만큼 경영상황이 긴박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한전의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사이 한전의 미래 혁신동력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전은 빅스포에서 향후 연구개발(R&D)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대표 에너지공기업인 한전의 역할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큰 그림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한전이 강도 높은 자구안 시행으로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줄이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를 2015년 이후 가장 적게 집행했다.
한편 한전은 올 여름 반짝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지 않으면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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