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감소 대수가 벌써 지난해 전체 수치를 앞질렀다. 차량 사용제한 규제까지 풀었지만, 파급력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수송연료 전기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LPG차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올 8월말 기준 LPG차량 등록대수는 총 185만3270대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대수로는 5만1590대로 지난해 연간 등록대수 감소분인 4만814대를 벌써 넘었다.
다른 연료와 비교해도 LPG 차량 감소가 빠르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총 1225만8590대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경유차는 958만8280만대로 1.7% 줄어드는데 그쳤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LPG 사용제한 규제 완화 이후에도 별다른 힘을 받지 못했다. LPG 차량은 휘발유·경유 차량과는 달리 일반인이 승용차로 사용할 수 없었다. 택시, 렌터카, 장애인·국가유공자, 하이브리드·경차·7인승 RV 등 일부 계층과 차종에만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한됐다가 2019년 3월 관련 규제가 전면 폐지됐다. LPG차량의 환경편익이 휘발유, 경유차 대비 크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이후 반짝 규제 해소 효과를 누렸지만 최근 힘이 떨어지고 있다. 규제 해소 직후인 2020년, 전년 대비 2만5323대가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이후 매년 꼬박 만대 이상 감소대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신차 효과가 사라지고 전기차 전환의 주요 대상이 된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택시용 차량 일부가 LPG차량으로 전환했지만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소나타, K5, QM6, 스포티지 등이 시장에 나왔지만 신차 효과가 미미하다. 여기에 LPG 차량의 약 10% 가량을 차지하는 택시가 최근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등록대수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차량등록대수가 줄어든 유종은 LPG가 유일하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LPG 차량 등록대수 감소율은 17.9%에 이른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20% 넘게 증가했고 정책적으로 퇴출을 유도하는 경유차도 11% 가량 늘었다.
이런 상황은 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LPG차량 보급을 늘리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는 대비된다.
유럽연합(EU)은 LPG를 친환경 대체 연료로 지정했다. 전 과정 연료별 탄소배출계수도 경유·휘발유보다 각각 23%, 21%로 낮다고 보고 LPG 차량 보급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LPG차 판매대수는 11만8791대로 전년대비 10.2% 증가했다. 프랑스의 LPG차 판매대수도 전년 대비 51% 증가한 6만9940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송 연료 정책에서 LPG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말부터 1톤 액화석유가스(LPG) 트럭을 생산·판매할 예정이지만 신차 효과가 발휘될지 미지수다. 경유 1톤 트럭을 LPG로 대체할 때 주어지는 보조금이 올해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LPG차량 사용제한 폐지 이후 사실상 관련 정책에서 사라졌다”며 “EU는 LPG 승용차까지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우리 정부는 수송연료 전기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주었다가 이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