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현지에서 STO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캐나다 금융당국도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규제이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미리 겪었고, 함께 이를 잘 해결해 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어떤 STO 플랫폼보다 가장 경쟁력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금융업계가 새로운 먹거리인 '토큰증권(ST)' 시장 개화에 주목하는 가운데, 앞서 캐나다 시장에서 STO(토큰증권발행) 플랫폼 구축을 성공시킨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을 선포했다. 한국인 김도형 대표가 이끄는 핀헤이븐테크놀로지가 국내 다수 증권사·금융기관과 ST 플랫폼 구축 사업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핀헤이븐은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 2018년부터 이미 ST 플랫폼을 구축·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자본시장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 '핀헤이븐 투자플랫폼'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자회사로 비상장마켓, 예탁 및 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핀헤이븐캐피탈을 두고 있다.
핀헤이븐은 가상자산 시장이 2017년 가상자산공개(ICO) 버블 기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설립됐다. 토큰증권이라는 개념을 시장에 소개했고, 이더리움 토큰증권 프로토콜울 기반으로 자본시장의 문제점인 '장부기반 시스템'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만으로는 자본시장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자본시장 플랫폼을 기반으로하는 '허가된 분장원장기술(DLT)'를 개발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 2020년 자회사 핀헤이븐캐피탈을 캐나자 증권위원회에 등록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캐나다 최초로 ST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장
-캐나다 현지에서 핀헤이븐이 일궈낸 성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캐나다에서도 토큰증권(ST) 분야 선도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토큰증권이 시장에서 널리 알려지기 이전부터 캐나다 증권위원회와 적극 협력해 플랫폼 구축에 성공했고, 우리가 열어가는 가능성에 대해 규제당국과 시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캐나다의 STO 플랫폼에서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토큰증권의 총 규모가 1억달러(약 133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현재 9개의 토큰증권 상품이 토큰 발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토큰증권 상품 하나당 발행규모는 3000만달러(약 400억원)를 상회한다.
토큰증권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새롭게 부상하는 성장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 시점에서 굉장한 성과에 해당한다. 특히 자산 운용규모가 조(兆) 단위에 해당하는 대형 사모펀드들이 사장 진입을 타진하고 있어 앞으로도 큰 성장이 기대된다.
최근 사립 대학, 수소생산업체 등도 시장에 가세해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 산업군에서도 토큰 증권 발행의 가능성과 효용성을 이해하고 우리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저희가 수년간 시장 개발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핀헤이븐의 ST 플랫폼과 다양한 프로덕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핀헤이븐의 플랫폼은 비상장거래소 및 예탁결제기관으로서의 인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사모디지털증권 전 영역에서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발행과 유통시장에서 증권거래, 실시간 결제, 수익분배, 캡 테이블(Cap table)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며 투자자와 발행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쉽게 설명하면, 단순하게 토큰증권을 플랫폼에 어떻게 올리느냐의 문제를 넘어 자본시장의 거래 시작부터 끝 단계까지 모든 지점에 있어서 컴플라이언스를 충족한 플랫폼을 구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는 거의 모든 종류의 전자증권을 이 플랫폼 위에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플랫폼에서 파생된 B2B(기업간거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제품을 도입하는 데도 도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직 전체 플랫폼 라이선스를 구입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회사를 위해 맞춤화된 서비스다.
또한 웹3 영역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신원검증 가상자산 지갑(Wallet)과 SBT(Soul-Bound ToKen)을 도입했다. 소유권과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FT(대체불가토큰) 발행 솔루션을 개발했고, 향후 디지털시스템, 디지털-비디지털 자산거래,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에 이르기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국내 STO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는 반면, 캐나다는 이미 상당히 시장이 성숙됐을 것. 현지 상황은 어떠한지.
◆5년 동안 플랫폼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발행자 투자자 모두 토큰증권을 보는 관점이 많이 성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토큰증권 시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부동산을 포함, 통상 우리가 레거시 산업이라고 보는 분야가 첫 번째. 이들은 토큰증권이 기존 시장 대비 가져다주는 효율성에 주목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단계까지 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현재는 S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가 실제로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플랫폼 내에서도 약 3분의 2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또 다른 축은 엔터테인먼트, NFT와 같은 비전통 시장이다. 특히 영화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대형 스튜디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이 주요 고객이 된다. 예를 들어 유명배우가 제작자가 되어 추진하는 영화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들이 핀헤이븐의 ST 플랫폼을 통해 비상장증권을 발행하고, 투자를 원하는 이들이 이를 거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시장 진출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한국도 관련 법안 개정과 입법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는 시점이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느냐, 즉 어떤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를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가상자산의 메인넷과 ST의 플랫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레그테크(RegTech) 영역에서 규제에 대한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핀헤이븐은 해외에서 직접 검증을 받고 운영을 해 본 경험과 기술 노하우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한국 시장에 줄 수 있는 가치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을 했다. 한국의 일부 증권사들과도 이미 상당히 깊은 단계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증권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은 우리가 이미 2018년, 2019년에 이미 겪었던 내용들이다. 핀헤이븐의 플랫폼을 커스터마이징해 도입한다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고, 각 금융사가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여러모로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한국의 토큰증권 네트워크와 글로벌 시장의 토큰증권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토큰증권 시장 발전 속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장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도 앞당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캐나다 ST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한국 ST플랫폼으로 가져올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시장의 스케일업과 국제화에 우리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이와 같은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영화계와 헐리우드 영화계의 네트워크가 강화된다는 의미다. 단순히 제작과 배급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이를 뛰어넘어 파이낸싱과 제작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해외의 경우 사모시장이 활성화가 잘 되어있는 반면, 한국은 공모시장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차이점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시간을 두고 폭을 좁혀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미답의 영역이므로 불확실성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요소들이 저는 시장의 역동성,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핀헤이븐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비상장증권 플랫폼에서도 미공개정보를 통한 내부자거래, 가격조작 등 이슈가 불거진다. 이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보시는지.
◆ST 시장도 당연히 공시·규제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캐나다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다만 ST 시장에 증권시장의 공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기업들이 증권시장의 공시 규제를 그대로 받아야 한다면 비상장으로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장증권과 비상장증권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시 형태를 만들었다. 예컨대, 상장사만큼 타이트하게 공시 의무조건을 달지는 않지만, 또 시장에 알려야 할 정보가 있다면 공시 플랫폼을 통해 알릴 수 있는 방식이다.
공시의 형태도 텍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하게 법적 문서만 공개한다고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외국의 ST 플랫폼들도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는 상황.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한국 ST 생태계에도 조언 부탁드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든 ST 플랫폼이 공통적으로 유동성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좋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발행자들에게 블록체인 플랫폼이 얼마나 더 효율적인가, 얼마나 더 좋은 투자경험을 줄 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경험의 폭이 늘어날수록 점진 해결되는 문제라고 본다.
토큰증권 기술은 향후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가져다주고, 현재 시스템보다 훨씬 더 안정화되고 발전된 형태로 금융시장 시스템을 혁신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도형 대표는…
김도형 핀헤븐 대표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금융 및 비즈니스를 전공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뉴욕 메릴린치 글로벌 본사에서 투자은행가(Investment Banker)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자원개발회사 NMC Resource Corporation을 창립해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다. 2020년 'CEO Monthly'가 선정한 올해의 CEO로 선정됐다.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비효율성에 대해 고찰하면서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관심을 가졌다.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가 금융시장을 단순화하고 안정화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핀헤이븐을 캐나다에서 설립했다. 현재 캐나다 브리티시컬롬비아(BC)주 증권위원회(BCSC)의 핀테크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리=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