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 이그제큐티브(Chief Executive). 요즘 흔한 용어인 이것의 기원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것이 처음 언급된 건 1782년 미합중국 연방 의회 조례라고 한다. 여기에는 주마다 최고행정관을 둔다고 명시하면서 이 명칭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기업에 사용된 것은 한참 후인 1914년 무렵이었지만 곧 빠르게 확산됐고 1970년 즈음 최고위 임원을 지칭하는 보편적 용어가 된다.
혁신은 어떤 것일까. 분명 이것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혁신에 자신만의 인격 같은 것이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도대체 혁신의 공통된 특징은 어디서 오는가.
논리적인 유일한 답은 그것을 만드는 누군가이다. 그들이 누구건 그들에겐 혁신이 담은 공통점의 기원이 되는 뭔가 공유된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치프 이그제큐티브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분명 혁신기업엔 이들에게서 기원된 뭔가가 있어야 한다. 과연 무엇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공통된 행동양식이다. 실상 피터 드러커는 성공하는 경영자에게는 공통된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이건 세 개로 묶어진다. 첫 묶음은 바람직한 목적에 관한 것이다. 두번째는 기업이 목적을 수행하면서 따라야 할 논리들이다. 세번째는 전체 조직이 따라야 할 책임감과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드러커마저 당대 가장 유명한 CEO라고 언급했던 잭 웰치는 5년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매번 그는 다른 우선순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실상 잭 웰치가 GE의 CEO로 취임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란 오랜동안 하고 싶었던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대신 그가 내린 결론은 아무리 수익성이 높아도 업계에서 1위나 2위가 될 수 없는 GE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실상 CEO에게, 아니 적어도 웰치에게 이것은 비즈니스의 미션을 재정의하는 것이기도 했다. 1981년 그가 CEO로 취임 후 미션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바꿨으니 말이다.
구글을 혁신기업에서 뺄 수는 없다. 1995년 스탠포드대 박사과정생 두 동급생은 백러브(BackRub)란 링크 수로 웹사이트 순위를 매기는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기업에서 상식에 도전하라는 건 구글급 성공을 위한 논리였다.
그러니 여기선 통념에 거스르는 작은 구글(Googlettes)을 시도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자 운영 원리가 됐다. 그러니 여기 해당할 법한 직원을 뽑았고 채용 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20 퍼센트의 시간을 쓰도록 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드러커가 꼽는 위대한 경영자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도 마찬가지다. 무려 30년간 GM을 이끌면서 슬론은 매번 회의에 앞서 목적을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혼란스런 점을 명확히 하는 것 외에 거의 말하지 않았고, 회의가 끝나면 감사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는 바로 회의 참석자에게 짧은 메모를 보냈다. 거기엔 원론적 결론과 방향을 적고 책임질 임원과 마감일이 적혀있었다. 이 작은 메모는 기준과 원리가 되어 GM을 가동시켰다.
나폴레옹은 계획대로 치른 전투는 없었다고 말하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당대 그 누구보다 더 세심하게 전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행계획이 없다면 경영진은 사건의 포로일 뿐이다. 계획을 움직이는 원리가 없다면 계획은 전략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비전이 없는 원리는 목적한 성공인지 가늠할 방법이 없다. 실상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드러커는 경계로 삼았고,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른 보로디오전투는 나폴레옹의 치세는 종말로 치닫게 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