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자동차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 기지를 필리핀으로 확장한다. 부산, 중국 텐진에 이어 필리핀 공장에서도 전장용 MLCC를 양산하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필리핀 라구나 공장에서 전장용 MLCC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공장에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범용 MLCC를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전장용 MLCC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유휴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별도 공장을 세울 필요 없이 전장용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면서 “전장용 MLCC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부산과 중국 텐진 사업장도 투자를 강화, 전장용 MLCC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산 공장의 경우 MLCC 원재료인 타이타늄산바륨(BT) 파우더를 비축하는 원료동 시설 저장량을 오는 2027년에 올해보다 2배, 2030년에는 3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MLCC 고성능화로 원재료 수급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내재화를 추진,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텐진 사업장 크기는 부산 사업장 3배 규모인 만큼 투자를 늘려 다양한 전장용 MLCC 라인업을 생산할 예정이다. MLCC는 크기에 따라 1005·1608·3225 등으로 나뉜다. 가로가 3.2밀리미터(mm), 세로가 2.5mm라면 3225 제품이 된다. 이외에도 전압과 용량에 따라 MLCC 종류가 세분화되는데, 삼성전기는 13종의 전장용 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전기가 이처럼 전장용 MLCC에 힘을 싣는 건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이다.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최근 전장용 제품 수요가 전기차·자율주행차 보급 확대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약 1000개의 MLCC가 들어가지만, 자동차에는 3000개 이상이 탑재되고 전기차에는 최대 1만5000개가 필요하다. 이처럼 급증하는 수요에 글로벌 전장용 MLCC 시장은 올해 29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서 2026년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로 단기간 40%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폭발적인 시장 성장세를 노려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 전장용 MLCC 매출은 지난해 5000억~6000억원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8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장용 MLCC 가격은 IT용 제품 대비 5~10배가량 높아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기회 요인”이라며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