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언어장벽이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겠습니다. 세계인이 온라인에서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 파급력이 엄청날 겁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모든 사람이 글로벌 소통 욕구가 크지만 언어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언어장벽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만 언어에 갇혀 소통이 극히 제한적이며, '말이 필요 없는' 영상플랫폼 틱톡 등만이 세계적으로 공유될 뿐이다.
이 대표가 꿈꾸는 배리어 프리 커뮤니티는 세계인이 같은 온라인 게시물을 자신의 모국어로 보고 실시간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곳이다. 모든 콘텐츠는 '번역-에디팅-검수' 과정을 거쳐 각국의 언어로 전환된다. 또 광학문자인식(OCR)을 통해 이미지 내 문자 번역도 문제가 전혀 없다.
여기엔 언어 데이터·전문번역 서비스 기업인 플리토가 그간 갈고닦은 언어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플랫폼이 녹아있다. 플리토는 탁월한 AI 번역 엔진을 앞세워 현재 173개국에서 25개 언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플랫폼 사용자는 1300만명에 달하며, 파트너사도 2000개에 이른다.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언어를 체계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AI 번역 엔진과 플랫폼을 모두 보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콘텐츠를 자동번역기가 번역하고 1300만 유저의 에디팅을 거친 뒤 최종적으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유저가 인터넷 용어에 맞게 다시 한번 검수해 글맛을 살린다”며 “번역과 에디팅은 AI나 외국어 능통자가 필요하지만, 검수는 번역을 마친 뒤 작업이기 때문에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론칭하거나 글로벌 기업에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어 데이터를 다루고 축적해온 플리토는 올해 들어 말 그대로 '물을 만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저마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나서며 방대한 양의 언어 데이터를 보유한 플리토를 찾고 있다. 실제 플리토는 글로벌 유수의 기업에 언어 데이터를 제공하며 협업하고 있다.
이 대표는 “LLM은 크게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등이 필수요소”라며 “인간으로 따지면 기억력(클라우드)과 두뇌(GPU)가 아무리 좋아도 공부(데이터)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을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언어 데이터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시선은 중동을 향해 있다. 아랍어 사용 인구는 세계 5위권이지만 아랍어 데이터는 부족하다. 플리토는 이미 아랍어 데이터 확보에 나서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고객사에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빅테크 기업이 앞다퉈 LLM을 공개했으나 성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보니 언어학습이나 파인튜닝(미세조정)을 위해 플리토를 많이 찾고 있다”면서 “해외 고객사와 컬래버레이션(협업) 체계처럼, 다른 고객사와도 시스템적으로 결합해 지속적인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