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사용후핵연료 처분 소재 국산화…6000억원 비용절감 기대

김봉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가 벤토나이트 품질 향상을 위해 초음파 및 부유 선별 과정을 시험하고 있다.
김봉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가 벤토나이트 품질 향상을 위해 초음파 및 부유 선별 과정을 시험하고 있다.

그간 수입에 의존한 다목적 산업재 '벤토나이트'를 우리 기술로 고품질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이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김봉주 저장처분성능검증부 박사가 국내산 벤토나이트 품질을 외산과 동등하게 높일 수 있는 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벤토나이트는 점토의 일종으로 물을 흡수하면 부피가 팽창해 토목 분야에서 방수재로 쓰인다. 불순물 흡착·제거 능력도 탁월해 정제 및 탈색, 건조제,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분야에서도 핵심 소재다.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처분 용기 주변 완충재로 사용돼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고, 방사성물질 이동을 저지한다.

벤토나이트의 방수·흡착 능력은 주성분인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이 높을수록 우수해진다. 하지만 국내산 벤토나이트는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이 외국산에 비해 매우 낮아 산업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중국, 미국, 인도, 호주, 몽골 등에서 수입했다.

습식 공정과 물리적 선별 공정으로 몬모릴로나이트 함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벤토나이트를 물과 섞어 슬러지를 만들고 초음파로 광물질 입자를 분산시켰다. 이후 슬러지에 미세 기포를 투입해 가벼운 입자를 띄우는 부유 선별 방식으로 비교적 가벼운 몬모릴로나이트 입자를 분리해 냈다. 이런 공정으로 벤토나이트 내 몬모릴로나이트의 함량을 60%에서 94%까지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연속 공정으로 고품질 벤토나이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부유 선별 장치를 개발해 실증 준비도 마쳤다. 이 연속 공정 기술은 국내 및 일본,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 해외 발명 특허에도 등록됐다.

벤토나이트를 수입하지 않고 국산화 공정으로 자체 공급하면 약 6000억원 비용절감이 예상된다.

원자력연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 지원으로 대량 생산 공정시스템 개발 및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방사성폐기물처분 분야 외 산업 적용도 모색할 계획이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이번 공정 개발은 국내 원자력 산업 기술 선도력을 한층 강화하고, 국제적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