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다만 직접 만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아니기에 민주당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는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 중단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이 대표의 건강 상태는 지난 10일 오후부터 급속하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체력 소모를 최소화화기 위해 13일부터 단식투쟁 장소를 국회 본청 앞 천막이 아닌 당대표실로 옮겼다. 현재는 지팡이를 짚고 거동하고 있다. 다만 의료진은 불가역적 손상을 언급하며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거대 야당 대표가 국정 운영을 점검하고 내년도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는 중차대한 정기국회 시기에 단식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단식 중단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취재진에 “이 대표의 단식은 민생 현안과 윤석열 정권의 폭정 등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단식이었다”며 “이 뜻을 민주당의 모든 의원들이 이어받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개발언을 통해 단식 중단을 요청할 게 아니라 직접 면담을 통해 이를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 대표의 단식 중단 요청을 위한 비서실장·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관계자 방문 건의 등을 검토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기현) 당대표가 직접 찾아와야지 최고위를 통해 (단식 중단을 언급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단식 중단을 위한 이 대표 방문 계획이 여전히 없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취재진에 “아직 (이 대표 면담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