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받는 의료질이 지금보다 높아지고 건강보험 보장액도 더 넓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올해 건강보험료가 1%는 인상돼야 합니다. 동결되면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가 될 것입니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취임 2달을 맞아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보 인상률을 최소화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초고령사회 진입, 만성질환 증가, 넥스트 팬데믹 등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은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은 2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불법개설기관 적발을 강화하는 등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해 과잉검사 되지 않는 '적정진료'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는 '특사경 제도' △필수 체류기간( 6개월) 규정의 '외국인 가입기준 강화'를 해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현명한 선택 사업'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의사가 경증 고혈압 환자에게 즉시 '약'을 처방할 수도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먼저 요구해보는 것이다.
그는 “바로 약을 쓰지 않고 3~6개월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혈압이 떨어져 정상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의료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얻을 수있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특사경법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사경법 개정안 골자는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비의료인이 세운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의료계 우려 등으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3조4000억원 정도 부당청구가 있었고, 그 중 회수된건 불과 2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특사경 제도 최대 장점은 확실한 예방 효과가 생길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건전성 강화를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최소 1%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당장은 실현 불가능하지만 건보재정이 플러스 돼야 하는데, 지금은 12조원의 국고지원금이 들어와 겨우 숨쉬는 상황”이라며 “인상률이 동결되면 5년 후 적립금이 없어지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료가 1% 인상되면 1년에 7377억원 정도 더 확보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그는 “누적 적자가 쌓이지 않도록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공단 인력을 늘리지 않을 예정”이라며 “그러려면 디지털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소득보험료 사후정산'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소득보험료 사후정산제는 지난해 9월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 체계를 2단계로 개편한 것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와 별도소득이 있는 고소득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 전년 소득 증감에 따라 건강보험료 사후정산을 적용한다.
정 이사장은 “하반기 복합적인 민원 발생이 우려되지만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제도홍보 등을 통해 관련민원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부·가입자·공급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미래 발전 방안을 위한 공감대를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