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 류재철 LG전자 사장 “스마트 가전 완성요건은 'C·A·I'...솔루션 확장 없인 미래 장담 못해”

가전 시장에 부는 '디지털' '스마트' 바람이 유행을 넘어 생존을 좌우할 요소로 부상했다.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했던 전통 가전을 넘어 사용자 맞춤형 기능과 서비스로 무장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 받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활가전 1위 LG전자도 치열하게 생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가전은 LG'라는 영광에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 가전으로 과감한 변신을 꾀한다. LG전자 가전 사업을 이끄는 류재철 H&A사업본부장 사장은 하드웨어(HW) 중심 가전 포트폴리오를 소프트웨어(SW)·플랫폼·서비스로 전환, LG전자의 '스마트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가전 시장의 스마트화와 미래 방향, LG전자의 전략 등을 들어봤다.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 사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 사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스마트 가전의 정의는 무엇인가.

최근 주목 받는 디지털 전환(DX)은 단순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AI, 빅데이터와 연계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스마트 가전 역시 가전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고객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 가전이 되려면 △연결성(Connectivity) △적응성(Adoptibity △지능화(Intellectualization) 3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연결성은 모든 가전이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해 기기간 상호 연동을 구현한 기본 인프라 요소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주요 가전에 모두 무선인터넷을 기본 탑재했다. 단순 연결을 넘어 고객에게 의미 있는 스마트 가전이 되려면 고객 상황과 환경에 맞게끔 최적화가 필요하다.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적응성이 디지털 가전의 두 번째 요소다.

지능화를 갖춘 디지털 가전은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고객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한다. 라이프스타일 패턴에 맞춰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고, 나를 좀 더 배려하는 편리한 기능을 경험하도록 해준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업(UP)가전 2.0'은 초개인화된 스마트 가전과 구독 서비스로 '스마트 홈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아날로그와 스마트 가전을 구분하는 기술적 변곡점은 무엇인가.

기술적 경계와 변곡점을 본다면, 첫 단계는 커넥티드(Connected) 가전으로의 변화인 무선 인터넷 적용을 들 수 있다. 무선 인터넷 연결은 기기간 연결을 보장하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기반 활동과 같다.

두번째 변곡은 고객 상황에 맞춰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OS 가전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가전에 대해 고객이 느끼는 체감 효용 가치는 아직 약한 부분이 많다. 대다수의 고객이 기본적으로 커넥티드 가전과 본인의 삶에 맞춤형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한다.

LG전자는 이러한 경험을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아닌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확장성을 갖춘 가전 OS를 제공하고자 한다. 가전 전용 AI칩을 개발해 UP가전 2.0에 최초로 적용한 것도 큰 성과다.

향후 대부분의 가전사도 외부 생태계와 연결된,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할 것이다. LG전자는 이러한 고민을 약 3년 전부터 시작했다. 이번에 출시한 가전 OS·전용 칩을 통해서 스마트 가전의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자체 가전 OS와 함께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는 다양한 기능 확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제품·사용자·앱이 상호작용하면서 고객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상황이 되면 스마트 가전의 새로운 변곡점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기능을 담은 신(新)가전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고객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충족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스타일러·건조기와 같이 기존 가전에서 제공하지 않는 본질적인 삶의 변화를 만드는 '신가전'을 지속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스타일러의 관리 기능을 슈케이스·슈케어로 확장하고, 식물재배기 '틔운'처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고객 삶의 변화를 도울 예정이다.

스마트 홈 솔루션 관점의 가전 역할 변화도 고민한다. 집안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해 기존 가전 사업을 넘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대표 사례인 스마트 코티지는 가전이 가구와 결합한 디자인 측면을 넘어 공기질 서비스·에너지 서비스처럼 집 안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결합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가전은 사업 형태 변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가전 사업 형태는 디바이스(기기) 중심이다. 앞으로는 서비스·솔루션화돼 스마트홈 안에서는 기기 역할 외에 서비스 역할까지 포함할 것이다. 제품 형태 역시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였다면 이제는 공간 맞춤이라는 콘셉트로 발전하고, 기기가 하는 일과 서비스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준비하려면 가전 업계 역시 도메인을 넓혀야 한다. 사업 형태를 기기 판매뿐 아니라 판매 후에 일어난 고객 소통에 기반한 서비스까지 포함해야 한다. 특히 주기적으로 고객 제품을 케어하는 구독 서비스를 확장해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LG전자의 스마트 가전 전략과 목표는 무엇인가.

과거 우리 제품과 사업 방식은 보편화된 평균치에 맞춘 방식이었다. 고객이 평균적으로 좋아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적용하는 접근 방식이었다면 향후 최종 목표점은 고객 한명 한명에게 만족감을 주는 고객 맞춤형 제공이다.

오브제컬렉션 제품을 통한 디자인 맞춤과 UP가전의 SW 업그레이드 진화 또한 고객 맞춤을 위한 우리의 다양한 시도다. 스마트 폰이 특정 고객을 타깃하지 않고, 모든 고객이 본인에 맞춰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 스마트 가전도 특정 고객이 아닌 모든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맞춰지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AI 기술 등장은 스마트 가전 시장을 새롭게 재편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기본적으로 현재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와 AI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 가전도 동일하다. 집이라는 공간을 한정해서 생각해 보면 스마트기기가 자동화·지능화되면서 고객이 조명을 끄는 것, 청소하는 것, 환기하는 것, 실내 온도에 맞게 조절하는 것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런 스마트홈도 사실은 가장 초보적인 지능화 모델이다.

이후에는 스마트 가전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 모델까지 파생된다. 가령 부모님이 혼자 거주하는 집에 가전 사용 이력이 이상하거나 감지되지 않을 경우 가족에게 알림을 줄 수 있다. 반려동물 케어도 마찬가지다. 결국 가전 업계가 상호 경쟁하면서 지능화 수준이 높아져 고객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전이 똑똑해질수록 가격이 오를 것이라 우려도 있다.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스마트 가전을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 오히려 중저가 모델까지 스마트 가전으로 전환, 모든 가전을 스마트화하는 게 목표다. 고객 누구나 스마트 가전을 사용하고 스마트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LG전자가 가전의 특성에 맞춰 가전 운용체계(OS)를 가볍게 만들고 원가경쟁력을 갖춘 가전 전용 AI칩까지 자체 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는 고사양 OS를 적용한 제품이 있지만 가전에 특화된 전용 OS는 전무했다. LG전자가 개발한 독자 OS는 가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초개인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구동하기 위한 전용 칩(DQ-C)은 비용 효율적으로 설계돼 보급형 가전까지 가격 인상 없이 적용 가능하다.

▲똑똑한 가전이 많아지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디지털 피로도'도 커졌다. 해법은 무엇인가.

가전이 스마트화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잘못하면 고객이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피로도를 높이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주는 세탁 완료, 냉장고 문열림 등 알림 메시지처럼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지만 관심이 적은 기능도 많다.

이렇게 고객이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단순 알림 정보는 고객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만 보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지능화 측면에서 부족한 게 현실이다.

빅데이터, AI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 피로도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LG전자 역시 관련 연구를 지속 진행 중이며 향후 맞춤형 기능이 고도화되면 디지털 피로도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 사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 사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가전 시장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LG전자의 대책은 무엇인가.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가전 수요가 급격히 둔화했다. 업황 부진에도 성장이 두드러진 영역은 '렌털 사업'이다. LG전자 렌털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지고 있다. 가전을 일시불로 판매할 경우 고객과 접점은 단절된다. 경기 영향 없이 고객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게 중요한데, 렌털 사업은 이런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수익 측면에서도 월단위 매출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데다 케어 서비스까지 포함돼 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렌털은 사업의 고수익화는 물론 안정적인 매출까지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전자가 주력하는 분야다.

▲내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 가전은 무엇인가.

스마트 가전은 특정 영역에서 첨예하게 경쟁하는 게 아닌 가전 시장 전역으로 퍼지는 필수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가전을 둘러싼 경쟁은 기본적으로 모든 영역에서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세계를 강타할 때 보복 소비 효과로 인해 공급자에게 유리한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이제는 전체 수요가 줄면서 공급 과잉으로 가기 때문에 모든 점에서 경쟁하고, 그 경쟁 또한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다.

특히 요즘 고객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인 공기질·수질과 같이 건강 관련 분야에서 좀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LG전자도 이를 위한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10년 후 LG전자 가전은 어떤 모습일까.

LG전자 H&A사업본부가 추구하는 가사노동 없는 집이 실현된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LG 프리미엄 가전과 최고의 파트너사가 전문 서비스를 부담 없는 가격의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고객은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상을 목표로 한다. 더 나은 제품, 서비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 사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 사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전자신문은 창간 41주년을 맞아 '러브 디지털, 체인지 코리아' 캠페인을 전개한다. LG전자 가전 가운데 '러브 디지털'에 가장 어울리는 제품을 꼽는다면.

식기세척기, 건조기, 스타일러와 같이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는, 고객이 갖고 싶어 하는 신가전이 그런 제품일 것이다. 본질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신가전을 지속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한번 구입하면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계속 업그레이된 경험을 제공하는 UP가전을 작년에 출시했고, 고객과 1:1 소통을 통해 고객이 필요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UP가전이 제품 중심의 기능 업그레이드였다면 올해 선보인 UP가전 2.0은 초개인화 맞춤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집을 구축하기 위한 LG전자의 노력이 앞으로 '러브 디지털'에 가장 어울리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