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한 뇌인지장애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격론의 한 가운데에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주성분인 '아밀로이드 베타'나 응집체인 '타우 탱글'을 이루는 '타우단백질'이 원인으로 지목돼, 관련 치료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성과는 신통치 않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원인을 모색, 성과를 내는 연구자가 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이다.
이 단장과 연구팀은 뇌세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별 모양 비신경세포 '별세포'에 주목, 새로운 뇌인지장애 치료법을 연구해 왔다.
염증 등 원인으로 생겨난 '반응성 별세포'가 '마오비(MAO-B)'라는 효소를 만들고, 이 효소가 다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기억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 핵심 주장이다. GABA에서 비롯된 과산화수소가 염증을 유발, 신경세포를 죽이게 된다.
이 단장은 “2014년에 네이처 메디슨에 'GABA 증가로 뇌인지장애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처음 게재했고, 치매 치료제 후보약물 'KDS2010'까지 개발했다”며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약물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계 의견이 갈리지만 곧 자신의 새로운 학설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나 타우 탱글은 마치 상처에 생기는 딱지처럼 질환에 따른 부산물일 수 있다”며 “이에 기반한 연구는 곧 원인이 아닌 부수적 현상을 제거하는 것으로, 당연히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원인을 논리적으로 파악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박사팀이 개발한 KDS2010의 경우 뉴로바이오젠에 기술이전돼 내년부터 임상 2상에 들어간다. 더 강력한 과산화수소 제거 성능의 KDS12025는 지난 5월 바스테라에 이전했다.
이 단장은 “결국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결과'를 내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시판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관심을 가진다면 이 역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결론은 명확하다”며 “뇌인지장애 치료 효능만은 자신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과 연구팀은 최근에 뇌인지장애 외 영역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연구 근간이었던 반응성 별세포가 다른 질환과 관련돼서도 관찰되고 있어서다.
이 단장은 “김민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비만 유도 생쥐 시상하부에서도 반응성 별세포가 많이 보인다'고 알려줘 비만과의 연관성까지 생각하게 됐다”며 “살펴보니 실제로 비만과 연관성이 있었고, KDS2010 동물 투여로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 감량이 가능함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사실 별세포는 신경세포와 연관됐기에 이와 관련된 루게릭병, 류마티스 등 여러 질환 치료연구에도 확장될 수 있다”며 “다양한 스핀오프가 가능해 당장 내년에 어떤 연구주제를 다루게 될지 저 역시 궁금하고 흥분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계속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단장은 “뇌인지장애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진이 세계 어느 곳보다 앞서있다고 자부한다”며 “국가, 나아가 인류에 큰 도움이 되는 연구에 지원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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