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민간 중심도 가전 접근성 인증제가 도입된다. 스마트 가전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최근 국내 첫 가전 접근성 인증 지침 초안을 마련했다. 오는 20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 업계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11월경 첫 시행이 예상된다.
가전 접근성 인증은 가정 내 다양한 가전을 대상으로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물리적 조치를 검증·평가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혹은 음성 안내나 정보기술(IT)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령자를 위한 기능 안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음성 명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접근성평가연구원과 KEA는 지난해부터 국가기술표준원 가전 접근성 표준 지침과 미국 등 선진국의 관련 표준 등을 바탕으로 인증제를 연구했다. 2018년 제정된 국내 표준은 제품 개폐 장치, 입력 방식 등 5개 항목 지침을 제시한다. 지난해까지 꾸준히 업데이트됐지만 권고사항이다 보니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가전 접근성 인증 초안에 따르면 TV, 냉장고, 세탁기 등 3~4개 가전 품목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 접근성 정도에 따라 1~3등급의 'AC(Accessibility Certification, 접근성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평가 항목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 확정한다. 시험·평가는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이, 인증 부여는 KEA가 맡는다.
정부는 국가정보화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다양한 IT기기나 서비스의 접근성 확보를 명시했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웹, 키오스크 등에만 한정했다. 가전의 경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 적용과 구독 서비스 결합 등으로 편의성은 커졌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용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필수가전임에도 장애인, 고령자 등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기술 소외 우려도 나온다.
업계도 인증제 고도화·확산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가전사, 장애인단체 등이 모여 가전 접근성 관련 협의체 발족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인증 시험·평가에 대한 의견 제시는 물론 확산 방안, 신규 항목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SK매직 등 국내 대표 가전사는 물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등 다양한 기업·기관의 참여가 점쳐진다.
이성일 접근성평가연구원 이사장(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과 교수)은 “인증제 시행이 가전 접근성에 관한 고민을 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접근성평가연구원은 지난해 8월 국내 표준 분야 전문가들이 접근성 시험평가 모델 개발을 목표로 설립한 단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