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m 높이에서 380㎏ 무게의 배터리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폭발음과 흡사한 정도의 굉음을 내며 떨어진다. 자욱한 먼지가 사라지고 나서 확인된 배터리는 낙하 전후와 큰 차이가 없는 정상 상태. 전기차의 하부안전성을 점검하는 배터리 낙하 시험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술 기준으로 반영했으며, 최근 중국이 뒤따라 시행했다.
지난 14일 기자가 방문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전기차 안전성을 위해 12가지의 배터리 성능 시험이 한창이었다.
전기차 안전성을 위해 세계에서 요구하는 기술 수준은 10가지 정도. 3.5% 염도 바닷물 침수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전기차가 바다에 빠져도 감전이나 폭발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이 같은 기술 검증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시도한 낙하 시험 덕에 한국 전기차의 하부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보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험 도중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나는 것은 10% 수준으로 상용화된 배터리는 모두 안전 시험을 거쳐 낙하에도 화재가 나지 않는다”면서 “10대 중 1대 꼴로 나는 것도 개발 중인 배터리에서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주차나 충전 중 잇따라 일어난 화재 때문에 기술 기준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주차 화재 안전성 항목도 기술 정의에 반영된다. 이를 포함해 자동차 안전 관련 시험 강도는 앞으로도 강화될 예정이다.
벽체 충돌하는 데 그쳤던 차량 충돌 시험도 차대차 충돌까지 확대하기 위해 기준을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는 차대차 충돌 역시 안전성에 반영된다.
이에 앞서, 14일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차대차 충돌 시험도 직접 시연했다. 멈춰있는 카니발 차량과 시속 80km로 달리는 쏘나타 차량이 측면에서 충돌하는 시험이다. 두 차량은 수리가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파손됐지만, 전면 측면 에어백이 무사히 터지면서 운전석에 앉아있던 더미는 보호가 됐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최근 미국이 추가 시험하는 뒷좌석 안전성까지 이미 시험 항목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지향한다”면서 “다른 나라보다 보행자 안전까지 고려하는 등의 제도를 통해 자동차 안전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