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이테크 기술을 일컫는 '딥테크(Deep-tech)'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면서도 수면 깊은 곳에 숨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의미한다.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 민간보다는 공적 자금의 장기 투자가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챗GPT로 급부상한 오픈AI도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뚫고 대표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딥테크팁스를 도입한 이유다. 딥테크팁스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3억원 이상 투자한 딥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15억원 연구개발(R&D)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마케팅 자금을 지원한다.
전자신문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딥테크 스타트업을 10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 주〉
우주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 관광·운송수단에서 저궤도 인터넷, 우주 쓰레기 제거, 우주주유소 등 우주 자원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범위가 확대되면서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0년만 해도 우주 시장이 1200조원 규모에 도달하는 시점을 2040년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2030년으로 10년이나 앞당겼다. 소형위성 기술도 고도화되면서 2020년대에 발사하는 위성 수도 10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만큼 우주물체끼리 충돌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우주정거장 로봇팔에 우주 쓰레기가 부딪혀 구멍이 생기는 등 실제 피해사례도 나온다. 복잡해지는 우주 환경에서 위성과 비행체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행을 위해서는 실시간 충돌예측·회피가 필요하다.
스페이스맵은 우주 자산의 안전한 운용을 위한 실시간 최적 의사결정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물체 데이터를 실시간 충돌예측 목적에 맞게 가공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반응시간 1초 미만으로 충돌을 예측하고 최적의 충돌 회피 기술에 도전한다. 나아가 개별위성이 아닌 군집 위성이 충돌 없이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주 충돌회피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3차원으로 산재한 시·공간 정보를 얼마나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추론하느냐가 중요하다. 스페이스맵은 동적보로노이 기반 충돌예측을 원천기술로 삼았다. 관심물체 주변 실시간 공간만 탐색해, 전체 물체를 다 확인하지 않아도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보로노이 이론을 30년 이상 연구한 김덕수 스페이스맵 대표를 비롯해 핵심연구원들은 2025년 군집 위성 최적 설계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2021년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해외 기업·기관과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룩셈부르크 우주청 주최 행사에 초청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글로벌 진출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웹, 애플리케이션, 라이브러리 등 사업별 수익 모델을 정립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구독방식 과금 모델을 통해 우주 생태계에서 주축으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5건의 특허를 보유했고, 누리호 3차 발사체로 사출한 인공위성 7대에 대한 충돌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스페이스맵은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팁스에도 선정돼 15억원 상당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다. 딥테크팁스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관으로 팁스 운영사 추천을 거쳐 선발한다.
스페이스맵을 추천한 인라이트벤처스 관계자는 “우주산업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진국은 우주발사체·위성에서 나아가 우주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우주자원 관리 등 다양한 테크벤처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학적으로 우수한 알고리즘을 우주산업에 적용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스페이스맵은 우주산업 필수 소프트웨어로 산업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