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자퇴한데요. 학교 내신이 4등급인데,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 가기 어렵다고 해외 유학간데요. 1학년때는 검정고시 보고 수능 준비한다고 자퇴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2학년 때는 유학간다고 자퇴하는 아이도 꽤 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의 말이다.
고등학생들이 하나 둘 학교를 떠난다. 이렇게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2023년에만 1만5520명으로 2년 전인 2021년 9504명 대비 63% 늘었다. 왜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선택을 할까. 이유는 우리나라 입시 제도 때문이다.
정시 비율이 확대된 현재, 좋은 대학을 갈 방법은 오로지 성적 뿐이다. 수시전형도 특기만 있어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특기자 전형은 대부분 사라지고, 내신성적만을 따진다. 고등학생 사이에서는 첫 중간고사 결과가 자퇴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중간고사 성적이 안좋으면,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본 후 수능 준비에 '올인' 한다는 얘기다.
실제 202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퇴 학생 수가 8050명으로 전체 자퇴 학생 수의 절반을 넘는다. 2년전인 2021학년 5015명 대비 60% 이상 늘었다. 자퇴 학생 수는 1학년이 가장 많고, 2학년, 3학년 순이다. 지역별로 서울 강남과 송파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자퇴율이 높다. 강남은 4.1%, 송파는 3.7%다. 즉, 강남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1학년 학생 100명 중 4명은 자퇴를 하는 셈이다.
자퇴를 한 학생들은 일찌감치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 준비를 한다. 학교에서 수능과 상관없는 과목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대학 검정고시 합격생 비율이 2023학년 7690명으로 5년전보다 3137명이 늘었다. 교육 당국이 만든 입시제도가 학생을 학교로 내쫓고 있는건 아닌가.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대학 진학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별 의미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학교 생활은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전 인성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학교를 통해 단체 생활을 배우고, 교우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배운다. 오늘날 우리 교육제도는 그러하지 못하다. 대학 입시로 성적을 높이는 것만이 최고의 목적이 됐다.
대학을 오직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현 제도에서 창의적 인재가 탄생할 수 있을까. 어려운 사람을 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인성을 갖춘 인재가 나올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성적 1%는 모두가 의대에 메달린다. 의사 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의대 졸업생들은 소득이 적은 소아과에는 관심이 없고 소득이 높은 성형외과, 피부과에 몰린다. 이 모습이 우리나라 성적 1%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자퇴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하나 있다. 수시전형을 내신등급으로만 선발하는 전형 외 다양한 특기를 인정해 선발하는 특기자 전형을 확대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SW)만 잘해도, SW특기자 전형으로, 창업 경험이 풍부하면 창업특기자 전형으로. 이렇게 다양한 전형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면, 고등학교 생활을 오직 성적만을 목적으로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과거처럼 '부모찬스' 등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쪽집게 제도 개선으로 부작용을 미리 막으면 된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내신, 수능 성적만 좋은 인재들만 가지고는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실제 사회에서 생활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한 인재를 통해 기업이, 사회가, 국가가 성장한다.
최근 2024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이 마무리됐다. 수시전형은 내신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상당 수 학생은 다시 정시에 집중해야 한다. 학생들은 맹목적으로 성적만을 위해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일찍 자퇴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성적만으로 학생을 줄세우는 우리나라 입시제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