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부품업체 하나머티리얼즈가 통신용 실리콘카바이드(SiC) 기판 원료 개발에 성공했다. 자원을 재활용하는 공법으로 단가 경쟁력을 높여 가격이 높은 SiC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머티리얼즈는 통신소자용으로 활용되는 고저항 SiC 반도체 기판 원료 분말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전력소자용 SiC 기판 원료에 이은 두 번째 제품이다. 회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한국세라믹기술원·동의대학교·쎄닉·웨이비스 등과 연구개발과제를 공동 수행했다.
SiC는 실리콘(Si)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 고온·고전압에서 사용이 유리한 차세대 반도체 소재다. 전기차와 통신용 칩에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SiC 시장 규모는 올해 22억7500만달러(약 3조180억원)에서 2026년 53억2800만달러(7조670억원)로 확대, 연평균 33%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SiC는 전력 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단,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SiC는 재질이 단단하고 공정 난도도 높아 웨이퍼 가격이 Si보다 최소 10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친환경적인 업사이클 공정으로 SiC 재료를 개발해 원료 단가를 낮췄다. Si와 탄소를 1대1 비율로 제조하는 직접탄화법을 활용, 고순도 실리콘과 탄소 소재를 재활용했다. 단가를 낮추면서도 순도가 높은 원료를 제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SiC 기판 생산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회사는 자체 개발한 원료에 바나듐이라는 물질을 균일하게 분포해 저항 값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통신용 제품은 전력소자용 SiC 기판 대비 전기 저항이 높아야 한다. 통신용 칩은 5G와 6G 환경에서 고주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질소와 붕소 함유량을 줄여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머티리얼즈는 자체 개발한 원료에 바나듐을 첨가해 저항 값을 높였다.
회사는 통신소자용 SiC 분말 시험평가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 6인치급 웨이퍼에 적용했다. 상품성 검증 시험 결과 바나듐을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기존 공정 대비 양산성이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부연했다.
하나머티리얼즈는 SiC 기판 원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전력소자용 SiC 기판 원료는 현재 성능 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통신소자용 제품은 샘플을 납품한 이후 성능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용 SiC 원료와 이를 적용한 단결정 제조 결과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SiC 소재 학술행사인 '국제탄화규소학술회의(ICSCRM 2023)'에서 발표됐다.
김창민 하나머티리얼즈 SiC 반도체 사업 담당 전무는 “업사이클 제품 특성상 대량 양산 체계 구축이 빠르게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주력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나듐이 도핑된 통신용 SiC 분말은 기존 공정 대비 간편한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어 국내외 업체들의 채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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