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구축 투자, 노력은 실제 사고가 발생 했을 때 대응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라고 보면 지각에 의존하는 위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데이터로 해석하는 시스템을 확산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반 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 사업장은 확실한 편익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침, 사람의 지각에 의존한 기존 사업장 안전 체계를 일신했다. 대형 사고, 재해로 진화할 수 있는 미세한 징후를 포착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분석해 경고하는 일련의 체계를 갖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했던 것은 센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의 힘이었다.
◇미세 징후 포착하면 예방 가능
사고는 조심한다고 줄지 않는다. 데이터가 이를 입증한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자는 87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6명 증가했다. 건설업 402명, 제조업 184명, 서비스업 150명, 운수·창고·통신업은 104명 순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떨어짐(322명), 부딪힘(92명), 끼임(90명), 사업장 외 교통사고(77명), 물체 충격(57명) 등 유형도 다양했다.
상당수 사고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사람의 지각에 의존하는 현 안전 대응 체계에선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산업계는 더 이상 기존 대응 체계로는 사고를 막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안으로 안전 체계의 디지털화에 주목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방아쇠 역할을 한 측면이 크지만 울며겨자먹기식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중대 사업장 중대재해 '제로' 달성을 목표로 먼저 여수 공장에 '디지털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합정보수집, 상황알림-자동전파-상황대응-조치로 이어지는 전체 흐름을 만들고 스마트 방재 플랫폼을 통해 세부 대응 체계를 구성했다.
화재, 가스, 악취, 기상, 밀폐공간, 영상분석, 위험작업가능위치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센서, CCTV로 수집하고 모니터링, 통합분석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공장 전체에 위험이 전파되고 각 사업 부문별 대응 절차까지 전달된다.
예를들어 밀폐공간에서 작업이 있는 경우, 산소 포화도 등 주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작업자 안전을 살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 게 행동하고 조치해야 할지까지 모두 사전에 메뉴얼화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사업장에 AI 기반 영상분석시스템을 도입했다. CCTV를 통해 작업자의 규정 장비 착용 여부를 파악하고 쓰러짐 등 이벤트가 발생하면 즉시 관제 센터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밖에도 대형 차량 이동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도 사전에 예측해 알람을 보낼 수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박동찬 에스넷 팀장은 “사고는 원인이 분석되면 예방이 가능하지만 사람이 모든 원인을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디지털 안전망은 다양한 데이터를 일거에 분석, 한눈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장은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기존과 가장 큰 차이점은 위험 요인 파악을 사람의 직관에 기대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데이터와 모니터링 체계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수치화함으로써 객관적 대응이 가능케 됐다.
기업 관계자는 “디지털 대응 체계를 갖춘후로는 안전관리가 관제 영역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면 이를 제거할 수 있고 사고 위험 또한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빠르게 디지털화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 의지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디지털 안전망을 단순히 규제 대응용으로 보지 않았다. 작업 지연 등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막고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 투자로 여겼다.
황승희 시스코코리아 부사장은 “오너, CEO 의지가 디지털 투자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디지털 재난 안전망에 대한 효용이 확인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커진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업, 사업장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안전망, 산업 경쟁력 제고하고 신성장동력으로
디지털 안전망에 대한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기상이변, 안전불감증 등으로 인한 사고,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디지털 안전망 구축, 확산 필요성 또한 커졌다.
당장 사업장을 넘어 국가 전반에 디지털 안전망을 구축하는 투자가 시작된다.
행안부는 내년 예산에서 디지털 재난 대응 투자를 확대했다.
새로운 위험 예측과 상시 대비체계 강화를 위해 신종 재난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변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재해위험지역 정비 등 예방 사업 투자를 늘렸다.
주요 사업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구축(229억) △재해위험지역 정비(8870억) △신종 복합 사회재난 대응체계 구축 △산사태 재난 경계 피난(193억)이다.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과학적 재난안전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 홍수예보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재난안전 데이터 기반 인프라 구축 등에 중점 투자한다.
△홍수예보 및 수문조사(344억) △재난행정 정보화(84억) △선진 예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183억) △산불 방지 대책(1551억)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지능형 CCTV를 활용한 현장 재난 상황 관리,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현장 중심 대응체계 구축 투자도 증가한다. △지능형 CCTV 관제체계 구축(210억)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1313억) △소방정보시스템 구축(150억) △수색구조 역량 강화(209억)가 해당한다.
디지털 안정망 투자 확대로 국가 안전도를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
황 부사장은 “디지털 재난망은 특정 기업이 모든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포인트 솔루션 기업과 이를 통합하는 기업, 즉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재해, 재난을 최대한 예측하고 예방한다는 대의명문 아래 산업적 가치까지 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수출 산업으로서 가치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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