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출연연 기관장 등, “출연연 R&D 비용 삭감 등 정부 정책 국가에 악영향”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 토론회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 토론회

“미래 과학기술 패권 전쟁에 대비하는 공공 연구개발(R&D) 필요성이 절실한 이때,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개발(R&D) 비용과 기초연구비 삭감은 무슨 이유였는지 정부가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연구과제 중심제도(PBS) 등 R&D 장애 병폐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전임 출연연 기관장과 전현직 시니어 연구자들이 현 정부의 과기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회장 안동만)는 지난 15일 토론회를 열고 '최근 국가 연구개발(R&D)비 정책에 따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방향'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내년도 출연연 주요 사업비 등의 삭감,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 인식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를 주재한 안동만 회장은 “'R&D 카르텔'이라는 치욕적 언어를 사용하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전격적으로 출연연 R&D 예산을 사상 최대로 삭감하고 국가 미래를 걱정케하는 우를 범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료들의 과기 예산 편성 권한을 둔 영역 싸움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고도 견해를 밝혔다.

비판 목소리는 이어졌다. 송철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 인식을 비판하면서, 이후 더 큰 파란이 일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송 회장은 “이번 일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74번(국가혁신을 위한 과기 시스템 재설계)과도 배치되며, 현재 연구현장의 의견을 대선 당시 캠프에 전달했다는 사람들은 배제돼 경제관료들만 정부 전면에 대두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출연연의 자율 혁신을 위해 필요한 법, 정책, 제도 등 소프트웨어적 혁신 없이, 외형 변화만 주려는 하드웨어적인 개편의 전조는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이들과 함께 이종인 전출협 부회장 역시 현 사태에 대한 정부 정책 및 태도를 비판했다.

정부가 예산과 함께 발표한 'R&D 제도혁신방안' 중 R&D 하위 20% 구조조정안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은 “이는 R&D 인큐베이션 타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국가 R&D 씨앗이 거의 잘려나가게 돼 '도전과 혁신을 할 수 없게 한다”고 피력했다.

문 회장은 그러면서 PBS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BS 제도는 과제 수주 경쟁을 하게 한다”며 “과제 책임자의 인맥이 중요한, 공정치 못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BS에 대한 비판은 참여자 모두가 공감했던 부분이다.

강대임 전임출연연기관장협의회(전출협) 부회장의 경우 “PBS를 전면 폐지해 연구몰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이것이 어려운, 출연금 비중이 낮은 기관은 PBS의 '프로젝트'를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연구비 수주를 위한 앵벌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호 전 대덕클럽 회장도 “현재 예산 배분 시스템은 비효율적이어서 바꿔야 한다”며 “PBS 제도를 개선해야 연구에 몰입하는 환경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출연연의 목소리가 정책에 보다 잘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규호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거액의 예산이 깎이는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가 제 역할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심의회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자성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이도 있었다. 이기우 전출협 부회장은 “(이번 예산안에) 출연연이 자체적으로 점검할 기간이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출연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스스로 살피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회를 연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는 공공 과학기술 R&D 혁신, 출연연 자체 혁신방안 모색, 관련 공감대형성을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과기 단체들이 구성한 단체다. 정책토론과 자체 설문조사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전출협), 대덕클럽,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