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주요 유럽 국가를 선두로 대부분 국가가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배출가스·연비 규제 강화를 비롯 친환경차 생산·보급·접근성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보조금 지급, 세제 감면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로 미래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간 경쟁도 뜨겁다. 기존 완성차 기업 뿐만 아니라 구글, MS,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과 배터리 생산기업, 차량용 반도체, 운용체계(OS) 생산기업까지 미래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제조부터 배터리 역량 강화, 자율주행기술 확보까지 여러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 발표와 함께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을 33.3% 목표로 한 2030년 국가로드맵 등을 세우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글로벌 시장 규모를 1조 3318억 달러, 국내 시장 규모도 3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배터리·연료전지 등 전기차 핵심부품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541억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정부는 그간 성과를 토대로, 미래차 시장에서도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국회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겪으며 공급망 불안이 일상화가 되어가자, 정부는 7개 분야 10개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했다. 2021년 반도체(경기), 이차전지(충북), 디스플레이(충남), 탄소소재(전북), 정밀기계(경남)) 등 5개 지역을 지정한데 이어, 올해 미래차(광주, 대구), 바이오(충북), 반도체(부산, 경기) 등 5개 지역을 추가 지정했다.
미래 자동차산업 주요 이슈는 자율주행, 전동화, 편의기능이다. 정부는 이러한 이슈에 대응해 광주, 대구, 부산 등 3개 지역은 미래차 핵심 품목 지역으로 했다. 인지센서, 제어부품, 통신시스템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광주 자율주행차 부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영구자석, 구동모터, 구동모듈 등 전기차 모터 밸류체인을 주요품목으로 하는 '대구 전기차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 그리고 차량용 전력반도체에 적용 가능한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주요품목으로 하는 '부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로 추진될 예정이다.
지역별 차별화 전략 이외에도 전국 소부장 특화단지의 가치사슬(VC)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연계·융합 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전폭적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전처럼 부품을 각각 개발해 차량에 부착하는 방식으로는 미래차의 자율주행이나 카포테인먼트(자동차+정보+엔터테인먼트) 등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래차 산업의 주요 기술 트렌드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그렇다.
기존 자동차는 기능별·부품별로 제어로직과 장치가 따로 구성했다. 즉, 엔진 제어장치, 변속기 제어장치, 브레이크 제어장치 등이 별도의 제어로직과 제어기를 통해 각각 제어되는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가 등장하고 자율주행기술이 도입되며 기존 방식으로 제어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SDV가 등장했는 데, 모든 차량의 제어명령을 중앙처리장치에서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차량 부품은 초기 단계부터 SDV 통합에 기반한 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본격적 전기차 시대가 열리며 차량의 플랫폼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1개 플랫폼으로 여러 차종을 만들거나, 고객 맞춤형 자동차(PBV)가 시장에 등장하는 상황이다. 미래 전기차 플랫폼은 다양한 주요 모듈을 마치 레고와 같이 조립해 대량생산과 고객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플랫폼화를 위해서는 차량을 구성하는 주요 모듈(센서, 모터, 전력반도체)의 상호 연계성을 확보하는 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성공적 미래차 대전환을 이끌기 위해서 정부는 지금보다 한발 더 앞서가야 한다. 현재 지역별로 분산 지정된 자율차부품, 주행모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하나로 묶어 협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돼야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3개 소부장 특화단지가 원팀으로 움직여야만 경쟁력 있는 국가 미래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신규 5개 소부장 특화단지에 대한 기반구축'분야 예산에 17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1개 특화단지별로 따지면 34억원 정도에 그친다. '글로벌 3강 전략'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미래차 소부장 특화단지는 단순히 지역을 넘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의 미래 투자다. 이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을 전망하며 차별화된 역량을 길러내는 한편, 전폭 지원이 필수다. 지금처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같은 유사한 산업생태계 조성 정책으로는 안된다.
전국에서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던 현장 인력들이 더욱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발굴과 전폭적 재정 지원이 답이다.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이 눈 앞에 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gwangsan.lyb@gmail.com
〈필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 광산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전남대 의대에 진학한 뒤 학생운동에 몸담았다. 대학 졸업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줄곧 의사로 활동했다. 광산구 월곡동에 이용빈가정의학과를 개업하며 이른바 '마을 주치의'로 활동해 왔다. 제21대 국회 입성 이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미얀마 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고려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