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당내 역할을 강조하며 단식 투쟁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녹색병원에서 단식 투쟁 중인 이 대표를 만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고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길게 싸워 나가야 한다. 이제 빨리 기운 차려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7시 23분경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동해 수액 치료를 받은 뒤 집중 치료를 위해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이 대표는 수액 치료를 이어가면서도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식을 이어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단식 이틀째인 지난 1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건강을 잘 챙기라”고 격려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그가 취임 이후 서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약 23분 동안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과거 단식 경험을 언급하며 이 대표를 위로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열흘 단식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 지금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다”라고 언급한 뒤 “단식의 진정성과 결의는 충분히 들었다”고 격려했다.
이어 “솔직히 이제는 이 대표 혼자의 몸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다시 일어서길 바라고 있다”며 이 대표의 단식을 재차 만류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단식 중단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의 여러 차례 단식 중단 권유를 듣고 '잘 알겠다'의 답변 정도만 했다”며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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