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공식화한 후 2016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2021년에는 토스뱅크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현재 총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 중이다. 고객수가 2017년 560만명에서 2022년말 3430만명으로 급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계좌개설이 가능하고, 모바일로 모든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높은 금리가 적용되던 중·저신용자나 금융소외계층의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의 혁신적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으로 보다 합리적인 조건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막대한 IT투자 비용,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취지에 따른 중·저신용자 대출확대로 인한 대손비용 및 다각화하기 어려운 수익기반 등으로 경영실적은 시중은행에 비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보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선진국에서도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 최초로 1995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후 2000년 말까지 미국에서만 수십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도입 초기 IT붐에 힘입어 새로운 금융거래의 주류를 형성할 듯 보였으나, 낮은 브랜드 인지도,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투자 실패 등이 맞물려 급격한 구조조정기를 맞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되고, 디지털기술과 AI의 발전으로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하면서 영업실적이 향상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기존 상업은행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중국의 위뱅크(텐센트)와 마이뱅크(알리바바), 미국의 찰스 슈왑, 심플, 알리, 캐피탈 원이 대표적이며, 일본에는 다이와 넥스트 뱅크와 이온은행이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든 금융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은행이다. 오프라인 지점을 중심으로 발달한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리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상품 취급을 제한하고, 비대면 거래를 의무화하며, 지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조건을 준수해야 하고, 신용약자에 대한 의무대출비중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금산분리 규제를 다소 완화시키는 당근을 제공했다.
최근 공개된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실적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지난해보다 46%, 48% 증가한 250억 원, 183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토스뱅크는 손실규모를 대폭 줄였다. 그러나 이는 주로 주택담보대출 성장에 따른 것으로 이자 순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연체율과 부실 채권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또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도 안고 있다. 연말까지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그에 따라 연체율이 올라가게 되고 예상 손실에 대한 충당금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다시 손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금융서비스의 편리성과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금융소비자의 금리와 수수료를 다소 낮췄다. 또, 시중은행도 디지털금융을 활성화하고 앱을 개선하는 등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금융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적 비즈니스모델, 금융서비스, 신시장 개척에 대한 눈에 띄는 성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때 높은 기대감으로 카카오뱅크가 시가총액 30조원을 넘기며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생성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획기적 신용평가 능력 강화, 혁신적 금융상품의 지속 출시,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으나 금융서비스가 뒤떨어진 국가로의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소비자가 선택한 혁신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핀테크를 통한 금융혁신은 많은 사람의 염원이다. 초기 단계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소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첨단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경쟁력을 발휘, 성장동력을 상실해 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