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대 복합재료 전문 박람회에 참여한 전라북도 탄소기업들이 해외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2023 상하이 복합재료 박람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전라북도관 탄소수소융합산업연구조합 부스'에는 사흘 동안 1000여명이 방문했고, 약 24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총 상담 금액은 1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탄소수소융합산업연구조합(이사장 이종길)은 '전라북도 탄소산업 국제기술교류 지원 사업' 일환으로, 전북 탄소기업들의 기술력 및 제품을 전세계에 홍보하고, 국제 교류를 안착화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중국에서 열린 '2023 상하이 복합재료 박람회'에서 공동 전시관을 운영했다.
△라지 △비에스엠신소재 △CES △카본머티리얼 △카텍에이치 △KGF △피치케이블 △하이즈복합재산업 등 8개 기업은 박람회장인 상하이 국가회전중심(NECC) 마련된 135㎡(약 41평) 규모의 전시부스에 주요 제품을 전시하고, 각국 기업인과 기업간 기업(B2B) 상담 등을 진행했다.
박람회 첫날부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하이즈복합재산업과 중국 최대의 민항기 제조사인 코맥(COMAC)의 만남이 성사됐다. 항공기 및 드론 기체에 필요한 탄소복합재를 생산하는 하이즈복합재산업은 코맥이 현재 생산 중인 항공기 뿐 아니라, 신규 기종인 C929의 복합재 부품이 확대됨에 따라 개발 과정 등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이즈복합재산업은 향후 1억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피치케이블의 탄소발열보드는 난방 기술이 필요한 여러 기업의 관심을 받았다. 호주 최대 캠핑카 회사인 제이코(JAYCO)과 캠핑카 벽면과 바닥 부분 난방을 위한 기술 협의를 진행했다. 중국 기업인 한넌과는 올해 안에 비밀유지협약(NDA) 및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피치케이블은 노후 건축물용 난방에 대한 관심이 상하이를 넘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면, 수출 계획이 현재 20만달러 규모에서 3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CES는 중국 기술투자 및 기술 판매 전문회사로부터 약 40만달러 규모(40피트, 건조기 5대)의 견적을 요청 받았다. 북경동익중신소재과학기술유한공사는 CES의 지능형 농산물 건조기를 공업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사는 오는 10월 중 제작·납품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비에스엠신소재는 박람회 장에서 중국 기업 비디에이머티리얼(BDA Marterial)과 소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비에스엠은 비디에이에 산업용 브러시용으로 약 50만달러 규모 이상의 금속도금 탄소섬유(MCF)를 공급하게 됐다.
재생탄소섬유(rCF)를 생산하는 카텍에이치는 대만 기업인 스완코(SWancor)와 NDA 체결을 위한 사전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스완코는 풍력 발전기용 블레이드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 에폭시를 가장 많이 납품하고 있으며, 환경 규제가 강력한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카텍에이치와의 빠른 협력을 원하고 있다.
카본머티리얼은 중국 우수 대학인 상하이 화동이공대학에 혁신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울트라 스몰 토우 0.5K 탄소섬유'를, 중국의 금속 코팅 탄소섬유 제조기업인 코드테크(KODTEC)에는 자동차 모터 응용 부품 개발을 위한 '1K 탄소섬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카본머티리얼은 현장 샘플 판매 만으로 총 2000달러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

경량, 고강도 복합재료를 생산하는 라지는 여행 캐리어 가방용 탄소복합재를 개발 중인 중국 기업 프리올(PRIOR)과 상담을 진행하고, 11월 중 NDA 체결 계획을 수립했다. 라지는 향후 5년 동안 500만달러 규모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KGF는 중국 총판을 자처하는 기업을 만났다. 중국에서 고강도 복합재료인 프리프레그(prepreg)를 생산하는 탄지아머티리얼스는 자사 제품과 종류가 다른 KGF의 프리프레그를 확보하여 중국 내 판로를 개척하겠다고 나섰다. KGF는 박람회 이후 업무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며, 향후 5년 간 매출 300만달러, 유럽 시장 진출을 통해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공동 전시부스는 박람회장 중 하나인 7홀(hall)의 중심부, 십자형 통로의 교차점에 위치해 오고가는 기업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사흘 간 일 평균 80건 상담이 진행되었으며, 단일 상담 최대 금액은 500만달러에 달한다.
KGF 측은 “기술 상담을 하기 위해 미리 상담을 예약하고, 다음날 다시 찾아온 기업도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바이어들과 수출 관련 진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수출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부스를 방문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전북 탄소기업들의 기술력에 놀랐고, 우리 회사 제품에 활용한다면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또, 전라북도의 기업투자 유치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했다.
이종길 탄소수소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은 “올해 박람회는 선진기업과 선진 기술·장비 중심에서 탈피한 현실적인 중국 복합재 생태계의 기술과 제품, 특히 전북 탄소 관련 기업들이 중국 측과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탄소수소융합산업연구조합은 전북도, 상해상윤무역유한공사와 13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북 탄소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 및 원활한 국제 교류를 위해 제품 홍보 및 수출 컨설팅, 전문 인력·기술 교류 등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전북 기업들의 중국 진출길에 든든한 교두보를 하나 더 놓은 셈이다.
협약식에는 전라북도 중국사무소 수석대표인 정순택 소장과 박람회 참석 기업 임직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향후 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종길 이사장은 “이번 MOU를 기반으로 전라북도에 추가 지원사업을 제안하고, 상해상윤무역유한공사에는 전북 탄소기업의 제품 리스트와 기술을 전달해 중국 수출 및 국제 협력이 가능한 전북 탄소기업을 발굴하고, 수출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내년 박람회에서는 20개 이상의 전북 기업이 중국 수출 계약 및 MOU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