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생리대는 유기농 재료를 썼다는 의미이지, 생리대로 만드는 과정까지 유기농을 썼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접착, 표백, 펄프화 과정에서 유기화합물을 사용한 경우가 있으니 선택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박천권 성균관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유통 중인 유기농 생리대 6종 중 2종에서 세포독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포독성 시험은 세포를 직·간접적으로 독성물질(검사대상물)에 노출시키고, 이에 의해 세포가 얼마나 죽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때 필수 시험법이다. 검사는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 오드리선과 진행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생리대에서 유해물질 방출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만 있었기에, 면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세포독성 시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생리대는 허가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며 “세포독성 검사가 가장 쉽고 빠르게 결과를 직관적으로 볼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 휘발성 유기화합물 외에도 미지의 독성물질이 나왔다”고 말했다.
생리대 유해성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2017년 한 시민단체가 유해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6년이 지났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0월에야 '일회용 생리대 건강 영향 조사'를 내놨다.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통, 뾰루지, 짓무름 등과 연관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안전 기준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생리대 유해성 문제는 기저귀와도 연관될 수 있다”며 “생리대와 기저귀에는 액체를 흡수해주는 화학흡수체(SAP)가 포함되는데, 생리대 안전성이 떨어지면 기저귀도 비슷하거나 더 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리대·기저귀 핵심 소재인 SAP 성분 유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문제는 생리대나 기저귀를 하루에 1개만 사용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박 교수는 “하루 5~10개 정도를 사용하면 독성물질 누적 노출량이 매우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생리대나 기저귀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표백'이다. 제품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염소계 표백을 하는데, 이 때 사용되는 염소가 독성물질이란 것이다. 염소로 표백하면 다이옥신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가급적이면 SAP와 완전무염소표백(TCF) 프리 제품을 선택하는게 낫다”며 “유기농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면 커버만 유기농을 썼는지, 표백방식이나 흡수체도 제대로 사용했는지 소재와 생산 공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15년부터 하버드의과대학 다나파버암연구소에서 암 및 면역질환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오드리선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미국 종양치료 기술 기업인 서지테라퓨틱스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향후 누적노출에 따른 장기독성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추후 동물실험을 통해 실제 생리대 접촉 피부의 발진이나 염증인자 발현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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