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김동철 사장 취임 이후 추가 자구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한전의 '선(先) 구조조정, 후(後) 요금 인상'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추가 조정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한전이 현 상황에서는 내년이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전기요금 추가 조정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한전에 따르면 김동철 사장은 20일 취임 후 추가 자구안 마련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특단의 추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전의 추가 자구책은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추가 자구책을 마련하면 정부도 오는 4분기 전기요금 조정을 추가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방 장관은 지난 13일 인사청문회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행 없이는 (전기요금 조정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4분기에 연료비 조정단가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오는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근거인 6~8월의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벙커씨(BC)유는 전년 대비 하락했다.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연료비 외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 전력량요금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빚으로 돌려막는 한전의 현행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한전은 지난 3분기 여름철 전력판매 성수기를 맞아 일시적으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유가 등을 고려하면 오는 4분기부터 전력을 팔아도 손해보는 '역마진' 구조에 시달릴 전망이다.
특히 현 상황에서는 내년부터 한전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12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최대 5배(산업부 장관 승인시 6배)까지 늘려주는 '한국전력공사법'을 의결하며 올해 한전채 조달에 숨통을 틔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원)의 최대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한전채 잔액은 78조3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시장 예상대로 올해 약 6~7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적립금이 줄어들면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가 약 75조원으로 쪼그라든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채권 추가 발행이 불가능하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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