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1일 “정치 실종을 넘어 정치 멸종의 시대를 보고 있다”며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촉구하면서, 양당이 추진하는 병립형 선거제도로의 회귀 시도는 강하게 비판했다. 또 야당이 제안한 '국가재정운용협의체'의 즉각 가동을 제안했다.
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끝내 이기는 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자제하지 않는 야당이나, 관용 따윈 없다는 여당이나,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열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정의 책임자는 정부·여당”이라며 “민생위기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는데 어떻게든 활로를 풀겠다는 포부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어떻게든 지지 않겠다는 옹졸함만 가득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입으로 외치는 협치는 허망하다”며 “집권 세력의 책임감과 포부를 행동으로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힘과 민주당의 병립형 선거제도 회귀 시도에 대해 “선거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이토록 거리낌 없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떻게 되든 민주당보다 한 표만 더 받으면 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승자독식 게임이 계속되는 한, 민주주의는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성정당을 핑계삼아 다시 예전의 병립형 선거제도로 돌아가자고 주장에 대해 '명백한 퇴행'이라 강조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역사를 되짚어 보면, 양당의 의석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우리 정치는 퇴보했다”며 “더이상 과반수 이상을 독점하는 정당이 나와선 안 된다. 위성정당이 문제라면, 현행 선거법에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예산안을 '재정 포기, 미래 포기, 지방 포기'의 3포 예산이라 평가했다. 그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만 보겠다'던 대통령이 R&D 연구개발 예산, 교육 예산부터 긴축의 제물로 삼았다”며 “과학기술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며 5년간 17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불과 지난 3월인데, 대통령이 연구 관행을 문제 삼으며 연구개발 카르텔을 지목하자, 한 달 사이에 예산이 뭉텅이로 날아갔다”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5년간 100조 원의 민생회복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또 야당이 제안한 국가재정운용협의체의 즉각 가동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그는 윤석열 정부를 핵발전을 탑재한 최악의 기후악당 정부라 맹비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미래 없는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와 산업전환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인구위기만큼 중요한 일이 기후위기이다. 국회 인구특위와 기후특위를 함께 상설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