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는 날이 올까? 해외에서 척수 손상으로 뒷다리가 마비된 쥐를 다시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쥐와 사람의 차이가 큰 만큼, 해당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상 혹은 종양·감염 등 질병으로 걷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이들에게는 작지않은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척수는 척추 내 존재하는 중추신경계다.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뇌에서 비롯된 신호가 그 아래로 전달되지 못한다. 해당 지점 아래부터 운동 및 감각기능이 마비된다.
눈부신 의학 발전이 이뤄지는 현재지만 명확한 치료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부터는 황우석 돌풍과 더불어 '줄기세포 치료'가 치료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지금도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그 길은 아직 멀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가 미국 캘리포니아대로스앤젤리스(UCLA), 하버드대와 함께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이 화제다.
EPFL 연구팀은 지난 5년 전인 2018년 척수가 손상된 쥐의 신경(축삭돌기)을 재생하는 기술을 '네이처'에 발표한 적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쥐를 걷게 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재생만이 능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재생한 신경이 적절한 위치에 자리잡아야만 운동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번에 화학적 신호를 이용, 재생 신경세포를 손상 부위 반대편 영역에 유도했다. 그 결과 척수가 완전히 손상된 하반신 마비 쥐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방법을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사람과 쥐의 척추 구조는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쥐보다 훨씬 크다.
당연히 재생해야 하는 신경세포의 물리적 길이가 훨씬 길다.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치료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성과다. 연구진은 “손상 척수를 복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할 수 있다”며 “신경계 손상, 질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기법도 하반신 마비 치료 해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것 역시 EPFL에서 성과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네이처에 소개된, 전기 자극을 척수에 가하는 방법이었다. '경막외 전기자극(EES)'과 재활 치료를 병행해, 실험 대상이 된 9명 척수 손상 환자 모두 보행기를 사용해 걸을 수 있게 됐다.
아직 정확한 매커니즘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계속된 전기 신호를 통해 뇌와 다리를 잇는, 일종의 '대체 회로'가 형성됐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EPFL은 척추 아래에 전극을 삽입, 운동 기능을 회복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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