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90〉콘텐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밖에 없는 시장 상황

최근 국제사회의 중요한 흐름 변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통신비와 관련된 통계체계를 개편하자는 논의이다. 지난 2018년 국제연합(UN)에서 새로운 통신 분류체계 'COICOP'을 제시했다. UN이 제시한 새로운 통신분류체계에는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가계통신비 조사에서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통신사 요금제만 포함되어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료와 게임 구입비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료는 오락·문화 서비스 항목으로 별로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락·문화 항목은 공연·극장 관람료 등이 포함돼 디지털 콘텐츠 이용료만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실제 일상 생활 속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는 콘텐츠 이용 실태를 명확히 구분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UN 등의 국제사회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상황도 여기에 부합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12만6111원으로, 전년보다 3693원(3.0%)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이 7%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방어한 편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느끼는 통신비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일반국민들이 통신비로 매달 이통사에 지불하는 금액에는 통신 요금도 요금이지만, 휴대전화 할부금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구독상품 이용료도 가계통신비에 포함되어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들 품목을 모두 더하면 통신 관련 비용만 20만원에 육박한 게 현실이다.

바로 UN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통신비 산출 기준 재정립에 나선 상태이며, UN은 국제사회 현황을 비교하기 위한 통계 개정안에서 '통신'을 디지털기기와 서비스 개념까지 확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상의 국제사회의 통계 체계 개편은 산업적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어떤 소비활동을 전개하려면, 소비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이동통신 기기들이 일반 소비자들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콘텐츠 소비는 그 어느 때보다 폭발하고 있다. 지하철로 이동할 때도, 커피숍에 먼저와 누군가를 잠시 기다릴 때도, 한강변을 산책할 때도 손에는 항상 휴대폰이 쥐어져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해당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콘텐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가장 큰 토양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대두될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등의 미래산업에서도 콘텐츠 시장은 직접적인 기회 요인들이 추가로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래하게 되면,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운전하는데 사용하는 시간을 차량 안에서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으로 활용 가능해진다.

스마트시티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마트시티가 본격화되면 도시 전반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 시티 비전 등 화면들을 활용해 인근 주민들의 상황에 부합하는 영상 내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을 비롯해 공원, 관공소 등에서도 여러 매체를 활용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은 늘 우리 인류를 보다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세탁기, 냉장고 등이 등장하면서 가사 노동에 투여하는 시간을 급격히 줄여 주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술 발달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을 늘려주고 있다.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90〉콘텐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밖에 없는 시장 상황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