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에게 향후 유통 사업도 맡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신 상무는 입사 이후 줄곧 금융, 화학 계열사에서만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그룹의 모태인 유통 사업까지 보폭을 키워 롯데그룹 차기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22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프닝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상무의 유통 사업 활동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앞으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신 상무 차기 행보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상무는 이날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오프닝 행사장에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과 나란히 서서 테이프 커팅식에도 참여했으며 행사 직후 VIP들과 인사도 나눴다. 오프닝 행사 전날에는 아버지 신 회장과 함께 쇼핑몰 시설 전반을 시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 회장은 이번 베트남 일정에 신 상무가 동행한 의미에 대해 “우리 아들은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 수업 차원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신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외 행보를 개시했다. 아버지 신 회장의 주요 현장경영 행보에 동행했으며 반기마다 개최되는 그룹 사장단회의(VCM)에도 꾸준히 참석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 계열사에서 활동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총괄 회장 방한 당시 신 회장과 함께 그를 맞이했다. 지난 7월에는 롯데홈쇼핑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룹의 양 축인 화학과 유통을 모두 아우르며 승계 구도를 굳히는 모습이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그랜드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그룹이 갖고 있는 여러 계열사가 협력해 좋은 쇼핑몰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연말까지 매출은 800억원, 내년에는 2000억원 정도 되니까 베트남 최대 쇼핑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유통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프닝 행사에서 신 회장은 한국어로 된 기념사를 직접 낭독하고 테이프 커팅식에 참여했다. 이후 최영삼 베트남 대사, 쩐 씨 따잉 베트남 하노이 인민 위원장 등 VIP 인사와 내부 시설을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 정·재계 관계자들과 환담 시간을 가지며 베트남 사업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지지도 요청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백화점, 마트 등 유통 계열사뿐 아니라 호텔, 월드, 건설, 물산 등 롯데그룹의 역량을 결집한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다. 지난 7월 28일 시범 운영에 돌입했으며 두 달간 준비 기간을 거쳐 그랜드 오픈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