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를 주제로 한 그림 작가 김재이의 개인전이 미국과 제주를 거쳐 서울에서 세번째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갤러리x2에선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김재이의 〈 Carnival of Love'가 열린다.
전시는 독특한 화면 구성과 동화적 서사를 바탕으로 제주도 젊은 해녀들의 내면적 갈등과 그것을 끝내 헤쳐나오는 바다의 여인으로서의 강인함과 더불어 작가 김재이의 회화 세계에 카니발 요소를 추가해 공간을 구성했다.
갤러리 엑스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화 속 카니발 세계로 감상자를 초대한다. 화려함 뒤에 고독을 숨긴 채 일시적 즐거움으로 무장한 카니발은 내면의 빈곤이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그러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외로움을 증폭시킬 뿐이다. 가족, 연인, 친구로도 채울 수 없는 내 몫의 외로움이 있다. 그래서 김재이는 이 고독을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내면의 결핍에 직면해야만 자신을 가둔 세계를 깨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존에 김재이 작가를 알던 관객이라면 이번 전시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갤러리 엑스투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신작들과 '이번 전시가 본인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작가 본인의 언급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김재이의 카니발은 상반된 감정과 경험을 동시에 담는다. 카니발에서의 순간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그 안에는 분장으로 가려진 인생의 희비가 녹아있다. 이제 소녀는 자신을 구속하던 세계를 벗어나 맨얼굴의 자신을 만난다. 서툴고 어색한 첫 대면은 부끄럽지만 위대한 도약의 순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재이 작가가 상징으로 전하는 은유적 이야기는 '사회적 이상을 기준으로 살아온 우리가 과연 완전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안기며 관객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