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글로벌 사업 확장에 다시 드라이브를 건다. 엔데믹 전환 이후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사드 사태,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글로벌 사업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는 적기다.
동남아시아는 재시동을 거는 롯데 글로벌 사업의 출발점이다. 빠른 경제 발전 속도, 젊은 인구 구조 등 다방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회의 땅'이다. 지난 20년 이상 동남아 시장에 구축해온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에 국내에서 쌓은 사업 노하우를 접목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꺼내 들었다. 동남아 주요 거점마다 '롯데타운'을 조성해 인근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계열사마다 '각개전투'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렸던 과거와 달리 유통·호텔은 물론 엔터테인먼트·건설·물산 등 다양한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2일 그랜드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이같은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다. 베트남 하노이 서호에 위치한 대형 상업 복합단지다. 쇼핑몰은 물론 호텔과 오피스·레지던스 시설,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데 담았다. 호수 인근에 자리한 대형 복합단지라는 점에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연상시킨다. 올해 매출 목표는 800억원, 내년에는 2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시설 곳곳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쇼핑몰에 입점한 233개 매장 중 베트남에서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만 25개에 달한다. 롯데마트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 L7호텔, 아쿠아리움 등도 첫 해외 매장으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택했다. 베트남 최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롯데만의 차별화 콘텐츠를 모두 가용한 모습이다.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춘 점도 눈에 띈다. 쇼핑몰 1층에 베트남 최초의 부티크 코스메틱 매장을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시네마 9개관 중 4개관은 샤롯데 등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운영한다. L7호텔 또한 국내에서 4성급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는 5성급으로 조성했다. 고급 빌라촌과 외국인 주거 지역이 자리 잡은 인근 서호 상권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부회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베트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세우기 위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헌신적으로 쏟아 부은 결과물”이라며 “베트남 고객이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 복합단지 개념으로 호텔·레지던스·마트·백화점·시네마 등이 모여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이같은 제2, 제3의 롯데타운을 동남아 주요 거점에 조성할 계획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금까지는 롯데쇼핑으로 한정해 백화점·마트 등 판매 시설을 중심으로 운영해왔다”며 “앞으로는 롯데건설이 가지고 있는 주택사업까지 포함한 자산 개발 형태로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진출 지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손꼽힌다. 롯데쇼핑은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총 69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1억명이 넘는 인구에 낮은 평균 연령,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현지 시장에 없던 프리미엄 복합 단지를 조성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우리가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유통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가 베트남 호치민에 조성 중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확장된 롯데타운 모델을 제시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 랜드마크 구축을 위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프로젝트다. 총 68만㎡ 규모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60층 규모로 조성된다.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영화관, 아파트로 구성된다. 롯데는 자체 보유한 스마트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접목해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최고급 스마트 단지로 완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노이(베트남)==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