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지능형교통협력체계(C-ITS) 통신기술 방식 결정까지 불과 세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2년 전보다 상황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년 동안 시험 데이터 결과는 비공개 상태인데다 본사업을 미루면서 중소기업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경우도 속출했다. C-ITS 사업 정상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24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 C-ITS 통신 기술방식으로 웨이브와 셀룰러 방식 중에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표준화 전문가 위원회도 구성했다.
하지만 C-ITS 사업 환경은 통신 기술방식을 하나로 정해 추진하기로 결정한 2년 전과 비교해 훨씬 뒤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C-ITS 주파수를 웨이브로 할 것인지 셀룰러로 할 것인지 논쟁은 5년 이상 이어졌다. 2019년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가 2년 동안 연구반을 운영해 결정하기로 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21년에 급기야 기획재정부가 실험과 실증을 진행해 하나로 통일하고, 이후 본사업 투자를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이후 2년 동안 비교시험을 통해 2023년 말 주파수 방식을 확정하기로 했다. 비교시험 기간 동안 본사업은 물론 서비스 개발까지 사실상 중단됐다.
그 결과 국토교통부가 오랫동안 C-ITS 실증을 진행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던 많은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현재는 사업을 접었다.
그렇다고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통신기술 방식 결정을 위해서는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시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양측 진영 모두가 수긍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확정까지 세 달을 앞둔 현재에도 시험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은 2차 성능 비교시험까지 최근 마쳤으며, 시험 방식만 공개했다.
갓 시제품 수준을 뗀 LTE-V2X 방식은 시험을 진행하면서 실도로 실증까지 충분히 진행해야 했지만, 비교 시험도 예정과 달리 두 차례나 진행하면서 시범사업까지 진행할 여력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결정을 해도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업 동력도 찾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웨이브로 결정하면 사업을 추진할 업체들이 많이 없는 상태이고, LTE로 결정될 경우 시범사업까지 또 다시 추진해야 한다.
위기감에 한국ITS학회는 지난 21일 'C-ITS 통신망 현재와 미래 토론회'를 진행했다. 남두희 ITS 학회장은 “사업이 정체되며 늦어졌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통신방식 결정을 위해 C-ITS 사업 활성화가 시급해 토론회도 열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5년 동안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도 많이 했는데 아직도 제자리”라면서 “같이 했던 기업들은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관계자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논쟁에 허비하지 말고 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강민 에티포스 부사장은 “미국은 교차로에서 C-ITS 서비스를 통해 연간 교통사고를 60만건 줄일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선택했다”면서 “우리도 서비스 개발을 위해 먼저 충분한 데이터를 쌓아가야한다”고 설명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