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연내에 '원전산업 초격차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원전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침체를 딛고 살아나기 시작한 원전 업계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는 원전산업 기술 경쟁력이 뛰어났으나 '탈원전' 정책을 겪으며 경쟁력이 하락했다. 기술 수준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원전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기에 빠졌다. 국내 원전 시장이 위축되면서 원전 기술을 갖춘 대기업부터 협력사인 중소기업까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이 불투명해지자 산업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도 이탈했다. 실제로 전국 대학에서 원자력 전공 학부생은 2017년 대비 2022년에 약 25나 줄었다.
국내 원전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세계 원전 시장은 되레 확대되는 기조다. 안정적인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고, 탄소중립 달성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대란 가능성도 원전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웠다.
이에 주요국들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뛰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은 세계 SMR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4800억~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차세대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가 차원의 대형 원전 R&D 사업은 기술개발을 위한 좋은 단초가 될 수 있다. 원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걷어내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