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고교 선택이 성공적인 대입 가능성 높여
대한민국 입시 준비 시계가 빨라진다. 학령인구 감소,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 고교학점제 도입, 한 자녀 학부모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일찍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추세다. 초등학교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진학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꼬집는다. 학부모들이 인식하는 고교 진학 준비 시기는 사교육에서 정한 것일뿐, 명확한 기준은 없다. 대신 진로를 일찍부터 결정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에듀플러스는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과 준비 과정 팁을 진로·진학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2022개정 교육과정·고교학점제 등 변화…고교 진학 변수
“중2 아들과 고교 진학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고교 선택에 있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대입이죠.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고교학점제,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같은 제도 변화도 크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김민아 47·서울 성동구)
입시와 직결되는 고등교육 현장의 변화가 일기 시작하면서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학부모 고민도 깊어진다.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현재 고1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요소다. 김윤희 상현중 수석교사(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서울회장)는 “현 중학교 3학년까지는 현행 입시 제도가 유지되고 중2부터는 평가 체제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년별로 고교 진학에 관한 고민이 조금씩 다르다”며 “학생을 상담해 보면 지금 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학교를 두고 다양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특목고·자사고·일반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고교 진학 선택을 앞두고 가장 우선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은 '자기 이해'라고 말한다. 그는 “중학생은 아직 가장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진로수업, 현장체험, 심리검사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 스스로를 파악해야 한다”며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아하는 것을 당장은 못 찾아도, 최소한 흥미와 관심이 없는 분야는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로·진학 관련해 가지치기 하듯 범주를 좁혀 나가면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성적 좋아도 고등학교 성적 떨어지는 경우 많아”
학부모와 학생이 고교 진학을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입시 성공 여부다. 고교 선택 시 대학 진학률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률만 보고 고등학교를 선택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지원 공부하는사람들 대표는 “대입 결과가 좋은 특목고라 하더라도 학교 선택과목이나 교과과정이 학생 성향과 맞지 않으면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며 “특목고는 특정 교과 심화과정이 일반 고등학교보다 많아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분야라면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목고·자사고처럼 내신 경쟁이 치열한 고등학교의 경우 성격, 회복탄력성 등 성적 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진학 후 성적 등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이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는 “중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학생도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신 경쟁이 일반고보다 치열한 특목고·자사고의 경우 노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나왔을 때 빠르게 극복하고 공부 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성격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진학 후 '멘붕'이 오는 이유는 내신 평가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인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백분위로 성적을 매겨 학생 개개인의 현재 위치가 가감 없이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내신 산출 방식이 절대평가인 중학교 성적은 감춰져 있는 부분이 많다”며 “중학생이라면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기대 성적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를 대비하는 등 현실적으로 고교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숙형 고등학교 진학을 염두에 두는 학생이라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와 생활을 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는 기숙형 고등학교는 규칙과 공부 패턴이 맞지 않아 자퇴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 교사는 “특목고·자사고 입학생 중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전학을 가는 아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학교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을 때 일반고로 전학가는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특목고·자사고는 학교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따라서 일찍부터 진학 준비를 하는 것만이 유리하지는 않다. 대신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시기에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와 소질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관련 과목 심화과정을 공부했을 때 거부감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독서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기초 실력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무리한 선행학습 독 될 수도…관심 학교 설명회 등 참여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위해 무리한 선행학습을 하는 것에 우려 목소리도 있다. 대치동 한 수학 강사는 “중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특목고·자사고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앞서 공부했다는 마음 때문에 실제 공부해야 할 시기에는 공부를 제대로 안 하거나 너무 일찍 어려운 문제를 풀다 보니,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 내신이 안 좋게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반고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지원한다. 일반계 고등학교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지역·학교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 전 학교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수학과 과학 교육에 중점을 둔 과학중점고등학교 등도 확인해야 한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 분위기에 맞춰 학생이 공부한다는 인식이 있어, 성적이 좋은 학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특성화고 진학을 염두한 학생이라면, 출결 관리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 특성화고는 미래인재특별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곳이 많은데, 출석 현황이 중요 기준이다.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수행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잣대가 출석이기 때문에 무단 결석·조퇴 등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학교 교과과정에 맞는 공부를 차근히 하는 것도 해야 한다.
특성화고는 학교별로 전문 분야, 커리큘럼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평소 관심 있는 학교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 놓고 자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김 교사는 “디자인, 요리, SW 등 특성화고마다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중학교 2학년부터 관련 체험, 자격증, 포트폴리오 등을 준비해 놓으면 진학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 진학 관련 정보를 얻을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얻는 진학 정보의 사실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유튜브·SNS는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못된 진학 정보를 전하거나 특별한 진학 사례를 일반화시켜 학부모와 학생에게 혼란을 줄 수도있다.
이 대표는 “유튜브로 고교 진학 정보를 얻는 것보다 관심 학교 홈페이지 등에 입학 관련 질문을 하거나 입학 설명회를 찾아가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고교 진학에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대신 교육부가 제공하는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통해 진로 적성 검사를 받거나 각 시도 교육청이 제공하는 진로·진학 자료를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학 정보를 찾아야 한다. 매년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분과에서 업데이트하는 물꼬방 추천도서 목록 가운데 진로 관련 도서를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