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 정책자금 소진 시 조기 종료. 지금 신청하셔야 합니다!'
한 정부 정책자금 브로커 업체가 내세운 문구다. 연 19조원, 300여개가 넘는 정부 정책자금을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기업에게 상담을 거쳐 정부 자금 조달 방안을 안내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올해 정책자금 마감이 임박했다거나 한 번 정책자금 신청이 거절되면 6개월은 다시 접수할 수 없다는 점을 들며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 유사한 게시물을 올리는 업체들은 '중소기업지원센터', '비지니스컨설팅' 등 정식 인가 업체로 혼동하기 쉬운 상호를 내걸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이 다가오면서 정부 정책자금을 알선해주겠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접근하는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운영, 연구개발(R&D) 등 기업에 필요한 정책자금 관련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명분이지만, 착수금을 요구하거나 성공 대가로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 브로커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가 어려운 만큼 기업과 소상공인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브로커 업체는 컨설팅 후 착수금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보험 가입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진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정책자금 신청 탈락 후 착수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정책자금 융자 알선 대가로 보험가입을 요구한 경우 등을 피해사례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중진공, 소상공인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이 브로커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활동을 원천 차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진공은 정책자금 신청업체에 재직하지 않은 자가 정책자금 신청·대출과정에서 중소기업 피해를 유발하고 정책목적을 훼손하는 경우를 '제3자 부당개입'으로 명시하고, 제재조치를 취한다. 기보 역시 보증상담 시 브로커가 개입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청렴협약서를 체결토록 하고 있다.
중진공 관계자는 “부정 요소 발견시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면서도 “착수금·보험 계약 강요 등 구체적 피해사실과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제3자 부당개입을 온전히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 사이 브로커 기업은 창업초기 기업에게 손을 뻗고 있다. '단돈 49만원이면 연구소를 설립해 정책자금 가점과 벤처기업·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는 홍보물이 대표적이다.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는 벤처기업 인증 컨설팅을 유도하는 것이다.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에 게시물을 올린 한 업체는 전화 상담 2만원, 방문상담·코칭 5만원, 인증업무 완전대행 99만원 등 단가를 명시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 인증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전국 순회 설명회를 진행하고 사칭 컨설팅 업체를 주의하라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4월 정부상징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정책자금 집행기관 사칭업체를 조사 의뢰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기부 정식 등록 중소기업상담회사임을 강조하며 브로커 활동을 하는 업체가 여전하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업 성장을 위해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 중소기업상담회사 제도가 있지만, 착수금을 받고 정책자금을 안내하는 것은 중소기업상담회사 역할이 아님을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