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을 되돌아보면, 고객과 직원들께서 함께 도와주신 덕분에 리딩금융그룹이 됐다는 부분에서 가장 안도감을 느끼고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최소한 금융업계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잘 달려왔다고 생각합니다.”
윤종규 회장은 25일 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탈환을 꼽았다.
그는 이어 “국내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이 세계 순위로 보면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며 “우리 경제규모가 10위권인데 금융그룹 순위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취임 이후 약 9년 동안 KB금융그룹을 이끌었다. 지난 달 4연임 포기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는 11월 20일 회장 임기를 종료하고, 차기 회장 후보자로 확정된 양종희 부회장에게 공식적으로 바통을 넘겨주게 된다.
윤 회장은 “취임 후 첫 3년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이후 3년 임기는 KB를 부동의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마지막 3년은 KB가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한 경영 승계 절차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KB금융그룹이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은행의 기본자기자본 기준으로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글로벌 순위 60~100위권에 안착했다. 영국금융전문지 더뱅커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8월 기준 60위, 신한금융은 63위, 산업은행은 75위, 하나금융은 76위를 차지했다.
그는 “예전 금융권에 합류할 당시 '금융의 삼성' 이라는 표현을 제가 가장 먼저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0년 지난 지금 돌아보면 얼마나 진전이 있었나 싶어 씁쓸하다”며 “은행업은 자본이 중요하고 우리 자본 규모로 보면 최소 2.5배 이상 늘려야 20위권 진입이 가능한데, 이것이 개별 회사의 노력으로 가능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윤 회장은 퇴임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퇴임까지 2개월 남았으니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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