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을 장기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신소재공학과의 정연식 교수, 김진영·김동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공동 연구팀이 거둔 성과다. 이들은 수소 생산 촉매가 반응 중 잃어버리는 전자를 신개념 산화물 반도체로부터 보충받는 새로운 원리를 활용해 고효율 및 고내구성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고순도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친환경적인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EMWE) 장치를 활용하게 된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이리듐(Ir) 촉매는 전자를 많이 가진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고효율·고내구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쉽게 전자를 잃어버리고 산화되는 촉매 반응 특성 탓에 효율·수명이 현저히 저하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초미세 패턴을 적층해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활용했다.
안티모니(Sb)가 도핑된 주석 산화물을 사용했다. 이 산화물 표면에 '전자 저장소'역할을 하는 산소 이온이 고농도로 분포하도록 반도체 증착 기술을 적용했다.
이런 독특한 산화물 반도체를 촉매 지지체로 사용하게 되면 표면에 위치한 산소 이온이 Ir 촉매로 충분한 양의 전자를 지속적으로 보충해 줌으로써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PEMWE 장치에 적용한 결과, 기존 Ir 상용 나노입자 촉매에 비해 최대 75배 개선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 향상을 달성함과 동시에 높은 전류 밀도에서 장시간 구동하는 우수한 내구성 또한 확보했다.
정연식 교수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기술과 수소 생산은 크게 다른 분야로 여겨지지만, 기존 합성 기술로는 얻기 어려운 독특한 조성의 소재를 정밀 반도체 공정 기술로 구현함으로써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고, 이는 기술 분야 간 융합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연구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진영 박사는 “기존 귀금속 촉매량의 10분의 1 이하만 사용하고도 동등 이상의 성능을 달성해,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그린 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규락 학생, KIST 김준 박사, 홍두선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9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산업자원통상부 에너지혁신인재양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수소원천기술개발사업,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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