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의 전기가 전 세계 32개국에 동시 출간됐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로 잘 알려진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 머스크를 2년 넘게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집필한 책이다. 책의 주인공인 머스크는 종잡을 수 없는 괴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각종 기행으로 회사 주가를 수십퍼센트 하락시키며 주주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그런데도 테슬라를 추종하는 이들은 머스크를 마냥 미워하지 못한다. 허풍쟁이 같아도, 그가 그리는 원대한 비전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괴짜 머스크의 어린 시절부터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머스크의 사업에 대해 면밀히 다룬다. 그 속에서 머스크가 수많은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 그간 언론에 잘 안 알려진 머스크의 면모를 보여준다. 책 분량은 상당하지만, 꽤 흥미롭게 읽힌다. 그래서 직접 머스크 전기를 읽어보고 7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꼽아봤다.
◆ ‘인류라는 종족 보존해야 해!’…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결정한 이유
머스크는 미국의 항공 우주 산업이 달 탐사 이후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에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 어느 날 나사(NASA)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졌는데, 화성 탐사 계획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나사가 안 한다면 내가 해야지’란 마인드였을까. 이는 그에게 화성 탐사를 결심하는 큰 동기가 됐다.
또한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 직면한 지구에서 인류를 보존하려면,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 해야 한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이었다. 적어도 지구라는 별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됐을 때, 이주할 공간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머스크는 모험가의 땅 미국에서 진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모험가 정신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게 화성 탐사라고 결론 내린 머스크는 그렇게 화성 탐사를 위한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 러시아인들에게 침 뱉음 당하고, 스페이스X 창업 결심한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화성 탐사를 실현하고자, 중고 해체 미사일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미사일 판매상들은 머스크의 화성 탐사 비전을 듣고는 그와 그의 동료들에게 침을 뱉었다. 이는 머스크와 팀원들에 대한 엄청난 조롱이었다. 머스크는 러시아에 총 두 번 방문해 중고 미사일을 구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러시아에서 판매상들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 빈 손으로 돌아온 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이때 겪은 일들이 머스크가 사업을 더 크게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화성 탐사 계획을 위한 로켓을 만드는 회사를 직접 창업하기로 결심했고, 이 회사가 바로 ‘스페이스 X’이다.
◆ 사이버트럭 시제품 행사 때 깨진 유리창에…머스크는 “오히려 좋아”
최근 생산을 시작해 곧 고객 인도를 앞둔 전기 픽업 사이버트럭(Cybertruck)을 둘러싼 흥미로운 얘기도 있다. 때는 2019년, 사이버트럭 시제품 행사 때다. 당시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Franz von Holzhausen)은 사이버트럭의 견고함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를 증명하고자 직접 무대에 올랐다. 가장 먼저 그가 한 건 망치로 사이버트럭을 내려치는 것이었는데, 차는 멀쩡했다. 이어서 창문에 금속 공을 던졌는데, 멀쩡해야 할 창문이 그만 깨지고 말았다.
이 일로 테슬라의 주가는 6%나 하락하고 만다. 해당 발표는 성공적이지 못한 발표로 평가됐는데, 머스크는 만족했다고 한다. 100년 넘게 같은 모양을 유지한 트럭을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 테슬라 시그니처인 ‘팝업 손잡이’, 사실 내부에서 반대 의견 가득했다
테슬라의 전기차의 대표 특징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팝업 손잡이’일 것이다. 폰 홀츠하우젠은 운전자가 키를 들고 차량에 다가서면, 숨어 있던 손잡이에 불이 커지면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디자인을 스케치했다. 머스크는 이 아이디어에 만족했고, 즉시 받아들였다.
하지만, 엔지니어와 차량 제작팀은 이 아이디어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문 안쪽에 이 메커니즘을 구현할 부품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럴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문제를 두고 자신과 싸울 생각하지 말라며 엄포를 놨다.
머스크는 운전자의 접근을 감지하고 손잡이가 마중 나오는 디자인은 ‘친근함’을 선사할 수 있다고 봤다. 마치 운전자를 기다렸다는 듯이 손잡이가 악수를 건네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결국 머스크의 고집 덕에 이 팝업 손잡이 기능은 운전자와 차량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그니처 기능이 됐다.
◆ 오토파일럿이 캘리포니아 고속도로를 새로 단장한 법
머스크는 2015년까지 만해도, 오토파일럿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차를 몰고 자신의 집에서 로스엔젤레스 공항 근처 스페이스X 본사로 출퇴근하곤 했다. 하지만 그가 회사까지 달리는 캘리포니아 405번 주간고속도로에는 차선 표시가 희미한 커브 구간이 있었다. 이 구간에서만 오토파일럿이 차선을 벗어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일으켰다. 머스크는 이럴 때마다 극대노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라며 팀을 닦달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당장 없었던 오토파일럿 팀은 캘리포니아 교통부에 해당 도로의 차선을 다시 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통부는 묵묵부답이었고, 팀은 직접 차선 도색 기계를 대여해 새벽에 차선을 칠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그만큼 머스크의 불호령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다행히 한 엔지니어와 머스크의 팬이라는 교통부 직원이 연락이 닿았고, 교통부 직원의 스페이스X 견학을 조건으로 차선 도색에 성공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테스트 주행 덕에 얼떨결에 캘리포니아 405번 주간고속도로는 새 단장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는 오토파일럿이 문제의 커브 구간을 만나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 구글 AI의 근간 된 딥마인드와 일론 머스크, 그리고 오픈AI
구글의 인공지능(AI) 조직 딥마인드(DeepMind)는 사실 머스크와 먼저 인연이 있었다.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딥마인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처음부터 AI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머스크와 허사비스는 둘 다 AI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두려워했다. 머스크는 딥마인드가 추진하려는 일에 깊은 공감을 표했고,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사실 머스크는 구글 설립자이자 당시 구글 CEO였던 래리 페이지와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두 사람은 2013년, 일론 머스크의 생일파티에서 AI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토론했다. 페이지는 AI가 인간 수준으로 발전하는 건 진화의 한 종류라며, 인간의 의식과 지능을 능가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었다. 결국 둘은 AI의 미래 영향력에 대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13년 말,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머스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허사비스에게 직접 영상 통화를 걸어 구글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1시간 내내 설득했다고 한다. 심지어 구글의 인수를 막고자, 딥마인드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머스크의 노력에도 2014년 1월,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가 확정되고 만다. 추후에 머스크는 구글 딥마인드에 대항하고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AI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공동 창립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챗GPT 개발사 ‘오픈AI(Open AI)’다.
◆ “그에게 최고의 놀이터"...트위터 인수 이유에 대한 숨은 이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는 대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를 2년간 가까이서 관찰한 전기 작가 아이작슨은 여기에 숨은 이유 2가지가 더 있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트위터가 그에게는 최고의 놀이터라는 점이다. 실제로 트위터에는 수많은 밈(Meme)과 말장난, 그리고 여러 정보가 혼재돼 있다. 머스크는 '1일 1트윗'을 할 정도로 트위터에서의 활동을 즐겼다.
두 번째로, 트위터라는 놀이터를 소유하고 싶은 열망은 머스크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다고 아이작슨은 분석했다. 어린 시절 친구가 없었던 머스크는 놀이터만 가면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머스크는 이제 자신만의 놀이터를 소유할 돈이 있었다. 이런 심리적 갈망이 트위터를 인수하게 된 또 다른 원동력이 됐을 거란 게 아이작슨의 분석이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