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E 등 노인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를 식도에서 잘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식품가공기술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개발돼 국내 식품기업에 이전됐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노인이 삼키기 힘든 비타민을 건강기능식품 형태가 아닌 일반 식품으로 쉽게 먹을 수 있게 된다.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백형희)은 김범근 식품융합연구본부 가공공정연구단 박사팀이 '수요자 맞춤형 고령친화식품의 개발전략'의 하나로 유용 성분 포집·안정화 기술을 개발, 민간 기업에 이전 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요구르트 등 발효유와 같은 일반식품에 노인 퇴행성 관절염·골다공증·노인성 당뇨병 예방을 돕는 비타민을 효과적으로 포집, 첨가하는 데 성공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E를 콩기름·코코넛 기름·야자유 등에 녹인 뒤, 노인이 삼키기 쉬운 형태(액상 또는 고형·반고형)로 가공 처리한 것이다.
연구팀은 많은 노인들이 식사 중에 음식을 씹고, 넘기며,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데 착안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
김범근 책임연구원은 “임플란트·틀니 등으로 음식을 씹는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목 넘김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흡인성 폐렴에 걸리거나 영양 결핍에 빠지기 쉽다”며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비타민 E 등 노인의 삶과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를 요구르트 등 식품에 넣어 걸쭉한 액상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 같은 묽은 액상 대신 발효유와 같이 걸쭉한 액상으로 만든 이유는 물이 다른 형태보다 기도로 잘못 넘어갈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흡인성 폐렴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흡인성 폐렴은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약해지고 씹고 삼키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식품 등이 기도로 잘못 들어간 뒤 폐까지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흡인성 폐렴은 구강 내 다양한 세균에 의해 발생하며, 전체 폐렴 환자의 5~15%를 차지한다.
한편, 연구팀은 음식 섭취 후 입천장과 혀 사이의 생기는 얇은 필름층이 노인이 음식을 섭취할 때 어느 정도 '윤활유' 효과를 하는지도 연구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에 적합한 영양성분 강화 또는 물성 조성에 활용하기 위한 식품 3D 프린팅 기술도 개발 중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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