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한 사회성 저하를 일으키는 '뇌 신경회로'가 규명됐다. 동물 실험에서는 이를 회복하는 성과도 거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자폐증 주요 증상인 사회성 저하 원인이 뇌 신경회로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성 저하와 반복 행동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뇌발달 장애다.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승인 치료제가 아직 없다.
또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뇌 신경회로의 연관성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단은 대뇌 전전두엽 '시냅스 단백질 IRSp53'이 결손된 자폐 생쥐 모델에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 돼 있고, 이것이 자폐 환자 사회성 감소로 이어짐을 보고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연구로 과활성화 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시상하부 및 중뇌의 보상회로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자폐 환자 사회성 감소 증상이 유발됨을 확인했다.
뇌 신경회로 중 하나인 보상회로는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생쥐나 사람과 같은 사회적 동물에게 정서적 교감은 생존에 필수적인데, 이런 행동을 할 때 보상회로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회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상회로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폐 생쥐 모델에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과활성화되니 이와 연결되어 있는 시상하부 및 중뇌 보상회로가 비정상적으로 억제됐다.
사회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던 보상회로가 억제되면서 사회성 부족이 유도된다.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정상 생쥐 모델에 비해 과도하게 억제됐다.
특히, 중뇌 복측 피개영역( VTA: 중뇌 흑질과 더불어 도파민을 합성하는 세포가 분포하는 영역)에는 사회적 교감을 할 때 도파민을 분비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회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가 분포한다.
자폐 생쥐 모델에서는 중뇌 복측 피개영역 신경세포들이 과도하게 억제되면서 사회성 저하가 유도됐다.
또 시상하부 신경세포에 빛 자극을 주어 보상회로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정상화되었으며, 자폐 생쥐 모델의 사회성 역시 회복됐다.
이는 자폐 생쥐 모델에서 대뇌 전전두엽 과활성화가 보상회로를 억제해서 사회성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김은준 단장은 “이번 자폐 모델 생쥐 연구를 통해 자폐 관련 사회성 조절 신경회로를 밝힐 수 있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연관 가능성이 있는 뇌의 영역 및 신경회로를 추가적으로 밝혀냄으로써 자폐 발병 원인의 이해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 온라인판에 20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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