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등 유럽연합(EU) 재정당국이 금융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며 재정준칙 도입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만큼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서둘러야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26~27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운용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제11회 한-OECD 국제재정포럼'에서 국내외 재정분야 전문가들이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각국의 재정지표가 악화했지만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복잡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면서 “OECD가 강조하는 것처럼 강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가 함께 모여 향후 글로벌 재정수요와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에 대한 지혜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존 브론달 OECD 예산·공공지출 부장은 재정지표에 큰 영향을 주는 저출산·고령화의 경우 OECD 모든 국가의 이슈지만 회원국 중 유독 한국의 지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브론달 부장은 한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초과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법제화를 지지했다. 미래세대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재정준칙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브론달 부장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자원 재분배를 해야한다”면서 “(재정준칙) 정책에 대한 대중의 문해력을 높이는 등 대중적 동참을 이끌어내야한다”고 조언했다.
뤽 마비유 벨기에 예산국장은 재정준칙과 관련해 벨기에 정부가 예산을 의회가 승인하기 전 유럽중앙은행(ECB)과 합의하는 투팩(2 Pack), 거시경제 불균형을 균형으로 잡기위해 임금·수출성장률 등 차이가 생기면 ECB가 개입하는 식스팩(6Pack) 등 재정관리 매커니즘을 소개했다.
마비유 국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퍼진 후 벨기에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처럼 식스팩 등 엄격한 재정관리 매커니즘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를 절대로 초과해서는 안되고 국가채무비율도 60%를 넘어서는 안된다”면서 “만약 위반하면 GDP의 0.25% 달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벌금 부과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지만 재정을 강력히 관리한다는 경고를 (효과적으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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