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소프트웨어(SW) 업계가 까다로운 전문인력(E-7) 비자 발급 요건으로 해외 개발자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외국인 개발자가 E-7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학사 학위와 20개월 이상 연수 등이 필요해 SW를 비롯한 로봇, 반도체 등 전문 산업군의 해외 인력 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SW 인력난 심화에 따라 외국인 개발자를 원하는 중소 SW 기업이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75%는 전문 SW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인건비와 중급 이상 개발자 인력 부족이 주된 이유다. 향후 외국인 개발자 채용 의사가 있는 기업은 54%로 나왔다.
외국인 개발자는 SW 기업이 글로벌 상품을 만들고, 해외 진출할 때 생생한 현지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은 이직률도 낮고 한국 개발자 대비 인건비도 낮다. 또 글로벌 고객 대응, 해외 기업 연계 등 해외 진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문제는 E-7 비자의 높은 문턱이다. E-7 비자는 학위와 경력을 갖춘 전문성이 요구된다. E-7 비자 발급은 △ 석사 이상 학위 △ 학사 학위와 1년 이상 경력 △ 5년 이상 경력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혹은 학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이 연수비자(D-4)로 20개월 이상 연수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실제 연수 비자는 20개월까지 연장이 어려워 연수 비자에서 E-7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드물다.
한국어 성적, 국가 자격증도 필요하다. 외국인 대학 입학에 필요한 한국어 성적은 3등급이지만 E-7 비자는 이보다 높은 4등급을 요구한다. 국가 자격증 관련해서도 해외 개발자는 실무 능력을 갖췄어도 필기 시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SW 개발자는 전문직이다. 단순 취업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현장에서 교육할 수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연수비자(D-4)에서 E-7 비자로 전환하는 요건을 낮춰 능력있는 외국인 개발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고용노동청장을 지낸 이태희 대구한의대 교수는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이 취업을 목표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비용 부담 등 여러 이유 때문에 20개월 연수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의사소통 문제가 없어도 한국어 능력 시험 기준이 높고, 외국인이 국가 자격증 시험 필기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 훈련법인협의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비자 연장이 가능한 12개월로 연수 기간을 줄이고 한국어 능력 기준을 대학 입학에 요구되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면서 “국가 자격증 시험도 필기 면제나 관련 기술을 연수로 대체하는 등 요건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E-7 비자 문턱이 높으면 우수한 외국 인력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로 가면서 SW 분야 인력난 악순환은 계속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산업에 SW가 접목돼 반도체, 로봇, 미래차 등 첨단 산업에서도 개발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법무부는 단순 제조업 분야에만 집중하고 SW 인력난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SW 해외 개발자 유입의 필요성은 동의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SW개발자는 전문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요건 완화로 인한 부작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5일 E-7 비자 쿼터를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높은 자격 요건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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