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주신 송중기·김종수·정만식 선배 등 현장 자체가 좋은 어른” 느와르 영화 '화란'의 주연배우 홍사빈이 이같이 작품을 정의하며, 자연스러운 연기매력을 보여주는 배우로의 성실한 성장을 다짐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카페 미트볼라운지에서 영화 '화란'의 주연배우 홍사빈과 만났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 속 소년 연규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중심으로 희망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묘사한 액션 느와르다.
홍사빈은 소년 연규 역으로 분했다. 그는 아픈 현실 속 무뎌진 느낌의 감정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물접점에서 펼쳐지는 여러 전사를 통해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현실감을 제대로 표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 초청시사 당시는 물론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에서까지 많은 화제를 모았다.
홍사빈은 인터뷰 동안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20대 신예배우로서의 자세로, '화란'과 연규 캐릭터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와 성장하는 배우관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연규 역 중점 포인트? 전작 '방과후 전쟁활동'과의 차이?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속 주인공처럼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절절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격하게 표현하는 순간 관객들의 생각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김종수, 송중기, 정만식 선배의 조언과 함께 상황 속 인물들과의 순수 리액션만 표현하며 다음을 궁금하게 하고자 했다.
전작인 '방과후 전쟁활동'은 많이 표현하고 튀는 고등학생 '우희락'의 모습으로, 원래 없었던 대사구간을 허락 하에 애드리브로 채우면서 더욱 활발하게 해봤다. 둘 다 중요한 경험이었다.
-홍사빈을 중심으로 흐른 '화란' 감정선, 현장에서 인식된 부분?
▲(송)중기 선배가 “너 편하게 해”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시고 배려해주셨는데, 그에 주춤거린다면 더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예의가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현장환경을 접근, 중기 선배와 소통하며 선배가 준비해오신 것을 붙이며 어떻게 재밌게 찍을까 생각했다.
또한 치건이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장면의 배경을 최초 오토바이 사무실에서 저수지로 바꿀 때를 비롯한 필요 신들에서 장시간의 회의와 함께 밤을 새서 촬영하곤 했다.
2주간 밤을 샜지만 지치지 않았던 것은, 함께 영화를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직접 제시 해 성사된 아이디어 중 기억에 남는 부분?
▲치건과 매운탕을 먹은 연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둘의 유대가 깊어지는 장면에서 처음 손을 내민 어른에게 연규가 느끼는 감정이 뭘까라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연규가 살아왔던 이야기에 이어지는 치건의 “자고가라”는 멘트에, 감독님과의 합의를 거친 “고맙습니다”라는 대사를 더했다.
치건 캐릭터와 송중기 선배에 대한 감사함 자체가 담겼던 그 멘트가 나중에 비쳐졌을 때, 칭찬을 들었다.
-후반 액션신과 함께 어려웠던 장면은?
▲후반부 대결신은 중기선배의 제안으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찍었다.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신은 손톱 신이었다.
실제 그러한 경험이 없었던 지라 살짝 당겨봤더니 눈물이 찔끔 났는데, 그걸 (송)중기 선배가 보고 '진짜 뽑으려 한다'며 현장에서 말리는 일까지 있었다(웃음)
-하얀(김형서, 비비)와의 연기호흡은?
▲최초 하얀과 연규의 정서는 의붓남매로서 마음만 주고받는 관계로 합의했다. 물론 로맨스 코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남매로서 서로간에 챙겨주는 것이 서툰 부분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형서 배우와는 또래이자 창작자로서의 팬심으로 많은 소통을 했다. 뜬금없이 뉴진스 춤을 보여주기도 하고(웃음), 현장의 비타민이었다.
(송)중기 선배를 비롯한 많은 현장 분들이 말하듯, 그가 표현하는 캐릭터의 매력과 함께 영화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줬다.
-연규가 아이에게 준 로봇 열쇠고리, 치건이 연규에게 준 합의금. 둘의 상징성이 비슷한 듯 느껴지는데?
▲의도성이 있다. 화란의 후속이 아이인 형우 주연의 '불란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장면이었다.
원래 대사가 없던 장면에 대사를 더하면서 완성된 그 장면은, 300만원을 건넨 치건과 마찬가지로 연규가 형우에게 아이 대 아이로서 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칸 영화제, 언론시사회 등의 경험 소회?
▲우선 칸 영화제 참석은 생각하는 게 오만하다 싶을 정도로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처음 한재덕 대표님의 연락을 들었을 때부터 놀라고 감동해 20분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막상 현장 기억은 안난다. 말 그대로 긴장 가득했던 기절직전의 상태였던 것이다.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론배급 시사회는 칸에서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관심을 느꼈다. 얼떨떨한 기억과 감정이 영화 끝까지 남아있을 것 같다.
-관객 입장에서의 '화란'? 그 안에서 홍사빈의 포인트?
▲어른으로서 시의적절하게 손을 내밀고 놓아주는가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어른답게 산다는 게 뭔지를 생각하는 작품이다. 제게는 이번 현장이 그랬고, 함께 해주신 송중기, 김종수, 정만식 선배님이 정말 좋은 어른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툴지만 많은 노력을 한 배우로서 저를 봐주시고 느껴주시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5년차 배우로서의 성장과정?
▲대학진학 후 몇 년간 스태프 역할을 하면서 본 것들을 혼자서 연습하며 익혀왔다.
유열의 음악앨범 때도 오디션 장소인 강남과 공연 스태프로서의 일정이 있던 홍대까지 퀵오토바이로 이동했던 경험도 있다.
그렇게 오디션을 2000번 정도 지원했고, 그를 통해 70~80편의 단편영화를 찍었다. 그렇게 노력했던 것이 쌓여 좋게 비쳐진 것같다.
-소속사 선배 황정민의 조언?
▲모 영화의 인연으로 (황)정민 선배와 같은 소속사가 됐다. 그로부터 들은 조언은 태도적인 것이었다.
배우는 티켓을 산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기는 당연히 잘 해야 한다. 다만 그에 우선해 배우 대 배우, 스태프 등의 인간관계나 배우로서의 준비자세 등 태도적인 측면에 많은 조언을 들었다.
-배우로서 홍사빈의 장점?
▲좋아하는 감독님께서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배우'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자 노력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