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회전 직접 관측 성공…블랙홀 고유 중력효과 입증

세차운동하는 블랙홀을 설명하는 이미지. (Yuzhu Cui et al. 2023, Zhejiang Lab)
세차운동하는 블랙홀을 설명하는 이미지. (Yuzhu Cui et al. 2023, Zhejiang Lab)

우리 연구진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현대 천체물리학의 주요 난제 중 하나인 블랙홀 제트 방출 메커니즘 규명에 성공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천문연을 비롯한 전 세계 45개 기관, 79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M87 초대질량블랙홀 제트의 방출 방향이 주기를 가지고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초대질량블랙홀의 제트 방출 메커니즘과 관련한 현재 주류이론은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발생한 에너지 중 일부가 제트로 방출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초대질량블랙홀의 회전은 지금까지 직접 관측된 적이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 23년간 얻은 M87 블랙홀의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데이터를 분석했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블랙홀 회전축이 부착원반 회전축과 나란하지 않아 제트의 세차운동(회전하는 천체의 회전축이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차운동 존재는 M87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연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은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 일원으로 대부분 관측에 참여했으며, 세종시의 22m 전파망원경도 일부 관측에 참여했다.

또 천문연 한일공동상관센터(KJCC)는 연구에 사용된 총 170회 관측 데이터 중 123개 데이터를 상관처리했다.

VLBI 관측에서 상관처리는 각 나라 전파망원경에서 관측한 전파자료를 한곳으로 모아 하나의 자료로 합성하는 과정으로, 이 단계를 거쳐야만 연구에 사용하는 영상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한국 측 책임자인 노현욱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전파관측망과 상관처리센터에 힘입어 한 천체에 대해 오랜 시간 지속 관측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EAVN 주도로 계속될 M87 모니터링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블랙홀의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AVN AGN 워킹그룹 리더인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커(Kerr) 블랙홀이라고도 하는 회전하는 블랙홀 고유의 중력효과인 틀 끌림 현상(Frame dragging)을 독자적으로 입증함과 동시에 한국과 동아시아 연구진 및 연구시설 능력을 입증한 쾌거”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28일 자정 발표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