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투자규모가 전체 VC 투자의 31%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7일 발간한 '한국의 CVC들 :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리포트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주도로 국내 CVC 현황 CVC 투자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치는 영향,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았다.
연구진은 CVC를 '비금융업 일반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금융자본'으로 정의했다. 자본의 운용 주체에 따라 △기업이 투자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자본을 운용하는 독립법인 CVC △사내에 투자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전담 인력을 할당해 자본을 운영하는 사내부서 CVC △외부 벤처캐피털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출자 CVC 등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국내에는 총 201개의 독립법인 CVC가 운영되고 있다. 해외기업 CVC를 제외하면 독립법인 CVC 수는 총 176개다.
지난해 CVC 투자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VC 투자 규모 14조3000억원의 31%에 달한다. 지난해 VC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지만 CVC 투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운용주체별로는 사내부서 CVC 투자가 전체 VC 투자의 19%를 차지했다. 독립법인 CVC의 비율은 13%다.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하는 대기업집단 82개 그룹 가운데 CVC 투자 활동이 확인된 곳은 52개였다. 독립법인 CVC를 운영한 곳은 30개, 사내부서 CVC를 운영한 기업은 46개였다. 독립법인 CVC와 사내부서 CVC 모두 운영한 곳은 24개로 조사됐다. 2021년 12월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를 허용한 이후 대기업의 독립법인 CVC 설립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내 CVC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견기업의 CVC 투자 확대를 제안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CVC를 계열사로써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법령을 적용받는 일반지주회사 158개 중 대기업은 47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11개 기업은 중견기업이다. 대기업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가 실제로는 중견기업 CVC의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중견기업 CVC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분리해서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