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정보화 사업 품질 저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무분별한 과업 변경·추가 등을 꼽지만 정작 공공 소프트웨어(SW) 정책 주무부처 산하기관도 이를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계약 외 추가 과업으로 인한 인력·시간 소요 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게 된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공공 정보화 사업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변재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개통한 차세대 금융시스템 사업에서 SR(서비스 요청) 프리징(더 이상 요청을 받지 않는 시기) 이후에도 1년 간 300여건의 추가 과업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우정사업본부와 차세대 사업자 컨소시엄은 2021년 10월 한 차례 과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과업 범위 관련 실무 회의를 진행했다. 업계는 사실상 이 단계가 프리징이라 받아들였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추가 과업 요청은 총 313건에 달한다. 월별로 적게는 7건에서부터 많게는 81건까지 추가 요청했다. 업계는 차세대 시스템 전체 구축 기간 내 최소 1000건 이상 추가 과업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한다.
프리징 후 추가 과업 요청에 따른 부담은 업계에 전가된다.
기존 시스템 개발 외에도 월별 수십건이 넘는 요청에 대응하느라 인력과 시간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이에 따른 추가 인건비 지급, 시스템 개통 시기 지연 등 사업 기간 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과업 추가·변경에 따른 문제로 이로 인해 시스템 품질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자만 그 책임을 짊어진다”면서 “정부가 과업변경 최소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SW진흥법 전부개정 당시 SW 과업 확정 및 변경 시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했다. 발주기관의 불합리한 과업변경을 최소화하고 추가과업에 대해 적정대가 지급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변재일 의원은 “불합리한 사업구조와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디지털플랫폼정부 관련 각종 대형 정보화 사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는 “수정 요청 사항 상당수가 경미한 내용이고 법·제도 변화에 따른 요청이 대부분이라 기존 계약 변경에 영향을 줄 사안은 거의 없었다”면서 “사업자측에서도 별도 요청하지 않아 과업심의위원회도 미개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