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임박하면서 캐피탈업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압도적 국내 시장 점유율을 가진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신청한 '온라인 대출성 상품판매 대리 중개업' 허가가 10월 중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가가 나면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지 3년 만에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5년 이내이면서 누적 주행거리 10만㎞ 이하인 자사 브랜드 차량을 사들여 이 중 200여 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신차급 중고차'만 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금융당국 허가 신청은 논스톱 '인증중고차 플랫폼' 영업을 위한 절차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처럼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다만 테슬라의 경우 상품 구매 최종 단계에서 할부 상품을 위한 별도 광고 페이지에 연결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번 금융당국 허가로 플랫폼 내에서 현대캐피탈 등 할부 상품까지 논스톱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탈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캐피탈사 중고차 비중은 상당하다. KB캐피탈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자산에서 신차 비중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포인트(P) 줄어든 반면 중고차는 1.1%P 늘었다. 이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를 통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한 효과다. 우리금융캐피탈도 지난해 말 기준 246만8520대를 거래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22만5569대로 집계돼 지난해와 유사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임박하면서 캐피탈업계는 대안마련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신뢰도 면에서 비교할 수 없고, 프로세스까지 혁신적으로 개편해 초기 점유율을 제한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캐피탈사는 현대·기아차가 아닌 수입 중고차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판매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 등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하지 않겠나”면서 “내부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아닌 다른 국산차, 수입 중고차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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